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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강등 1년만에 ‘부정적’...회사채 복귀 '난망'

한때 회사채 시장 '빅 이슈어'로 군림...롯데지주 등급도 '흔들'

백승룡 기자  2024-06-27 16:11:33
롯데그룹 주력 화학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지난해 신용등급 강등에 처한 이후 1년 만에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크레딧 리스크를 의식해 올해 상반기 공모채 시장을 찾지 못한 롯데케미칼은 하반기에도 공모조달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신용도도 위태로워졌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현재 AA-로, 한 번 더 강등되면 비우량등급으로 낮아지게 된다.

◇ 독이 된 사업 편중…”LG화학·한화토탈에너지스 대비 재무지표 저하 폭 커”

27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초까지 전체 20단계 신용도(AAA~D)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AA+였지만, 같은 해 6월 AA0로 낮아졌다. 불과 1년 만에 ‘부정적’ 아웃룩을 받게 되면서 AA-로 또 한번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적자가 2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초 2조7000억원 규모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재무부담이 과중해지면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종합 석유화학단지를 짓는 ‘라인(LINE)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까지 ‘마이너스’였지만 지난해 말 6조원을 넘어섰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라는 동일한 조건 속에서도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편중된 사업구조가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사 신용등급을 보유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중에서 롯데케미칼의 재무지표 저하폭이 가장 크다”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셀·소재,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정유사업 등 각각 비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창출력으로 본업 저하 영향을 일부 상쇄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약 20조원) 가운데 70%가량이 범용 석유화학제품으로 쏠려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이 최근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축소하고 정밀화학·동박·수소 등 신규 사업을 육성하는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면서도 “사업다각화 수준이 유의미하게 제고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가,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사업재편 효과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영업이익률 추이.(출처=한국신용평가)
◇ 공모채 시장 자취 감춘 롯데케미칼…롯데지주 신용도도 ‘위태’

그간 높은 신용등급을 앞세워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군림하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공모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자 공모시장에 나서기 부담을 느낀 것이었다. 올 4월에도 2000억원 규모 만기가 돌아왔지만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적자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육지책’의 상환이었던 셈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번 아웃룩 조정 이전에도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등급이 한 번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롯데건설 지원 부담 등으로 투심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케미칼 측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상반기 내내 공모조달을 감행하지 못했다”며 “아웃룩 조정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보니 연내에는 회사채 발행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의 마지막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9월이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한 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반 가량 추이를 분석해 등급 조정에 나선다. 롯데케미칼이 또다시 신용등급 하락에 처하면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안팎의 주력 계열사 신용등급을 가중평균해 롯데지주의 계열통합신용도를 산출한다.

특히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은 롯데지주의 계열통합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롯데케미칼과 함께 롯데지주의 아웃룩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현재 AA-다. 한번 더 낮아지면 ‘A+’로 비우량 등급 반열에 놓이게 되는 것은 물론, 롯데지주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일부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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