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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HD현대일렉트릭이 질주하고 있다.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제조 3사(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중 가장 많은 유입액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급증하고 수주 호황에 따른 계약부채 증가가 쌍끌이했다.
LS일렉트릭 역시 1분기 영업현금이 1500억원 유입됐다. 북미 수주가 호조를 보이면서 선수금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반면 효성중공업은 3사 가운데 나홀로 1400억원대 유출을 겪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많아지는 가운데 매입채무를 상환하는 등 운전자본 변동이 현금흐름에 악재로 작용했다.
◇HD현대일렉트릭, 창사 이래 최대규모 유입 전력기기 제조 3사가 공시한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올 1~3월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HD현대일렉트릭이다. 3721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1분기 907억원 유출(-)과 견줘보면 양전환했다.
1분기 기준으로 올해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액은 2017년 현대중공업 산하 전기전자 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하면서 출범한 이래 최대 규모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423억원)과 2023년(-907억원)에 잇달아 영업현금 유출을 겪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이익 확대와 계약부채 급증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올 1분기 HD현대일렉트릭의 순이익은 934억원으로 지난해 1~3월 288억원의 3배가 넘는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전기차·반도체 시장 확대, 인공지능(AI) 산업 팽창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진전 등으로 미주 권역의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이러한 가운데 판매가격을 올린 효과도 반영돼 이익 증대를 견인했다.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 변동에 따른 현금 유출입 내역을 살피면 2024년 1분기에 2372억원이 사내로 들어왔다. 1428억원이 빠져나간 지난해 1~3월과 현저하게 달라진 양상이다. 2019년 같은 기간에 305억원을 기록한 이래 5년 만의 유입이다.
수주 호조에 따른 계약부채 증가가 단연 두드러졌다. 발주처와 납품 계약을 맺은 뒤 '선수금' 명목으로 미리 대금을 받으면서 계상한 항목이다. 올 1분기 HD현대일렉트릭은 계약부채가 늘면서 2413억원의 현금 유입을 인식했다. 지난해 1~3월 795억원과 견줘보면 사내로 흘러든 금액이 3배 넘게 불어났다.
◇효성중공업 현금흐름 유출, 운전자본 관리 난항 LS일렉트릭의 약진도 돋보인다. LS일렉트릭은 2023년 3월 누적 161억원 대비 10배 가까이 많아진 1545억원 유입을 기록했다. 2017년 112억원을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유입(370억원)을 시현했다.
영업현금 구성 요소를 살피면 분기순이익이 507억원에서 797억원으로 57.2%(290억원) 늘어난 대목이 돋보인다. 북미에서 배터리·반도체 공장 증설이 탄력을 받으며 배전시스템 납품이 호조를 보였고 초고압 송전 설비 수요도 한층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HD현대일렉트릭과 마찬가지로 계약부채가 급격히 불어났다. 2023년 1분기에 276억원이 LS일렉트릭 사내로 들어왔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4배 가까이 많아진 1039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재고자산을 줄여 123억원 현금 유입을 인식하는 등 운전자본 관리 노력도 이어졌다.
효성중공업은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현금이 유출(-1452억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영업현금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지난해 1분기 122억원 순손실과 달리 올해는 262억원 순이익을 올리며 현금흐름에 긍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운전자본 제어에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운전자본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매입채무 감소에 따른 현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2023년 1~3월 837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179억원으로 유출분이 한층 많아졌다. 다른 기업과 거래하면서 발생한 외상매입금, 지급어음 등을 상환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매출채권이 늘면서 783억원 규모 유출도 인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채권을 회수하면서 776억원 유입 성과를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고자산 역시 계속 많아지면서 현금흐름 위축을 가속화했다. 2023년 1분기(-686억원)와 2024년 1~3월(-554억원)에 잇달아 유출을 기록한 대목이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