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 중 하나가 '전선 제조업'이다. 국내 전선업계에서 경쟁하는 4대 기업은 LS전선, 가온전선, 대한전선, 일진전기다.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과 가온전선의 시장점유율이 약 60%대로 단연 돋보인다. 대한전선이 20%대, 일진전기가 10% 안팎으로 뒤를 잇는 양상이다.
THE CFO가 전선업 4사 재무제표를 토대로 자산 구성을 비교한 결과 대한전선의 총자산 대비 유동성 비중이 30%를 넘기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상증자로 5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자본확충 효과'가 기여했다. LS전선은 보유한 4조원대 자산의 20% 규모인 8000억원이 종속·관계기업 투자자산으로 집계됐다.
◇대한전선 총자산 최대폭 증가, 8000억 '45%' 불어나 LS전선, 가온전선,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 국내 전선업계 4사가 공시한 분기·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 말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단연 많은 기업은 LS전선이다. 2023년 1분기 말 4조2837억원과 견줘 1%(438억원) 늘어난 4조327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말 3조313억원과 비교하면 42.8%(1조2962억원) 많아졌다.
1년새 총자산 증가폭이 단연 두드러지는 회사는 대한전선이다. 지난해 3월 말 1조6826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조4434억원으로 7608억원(45.2%) 불어났다. 증가한 금액과 비율 모두 대한전선이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모양새다. 일진전기 총자산은 18.2%(1548억원) 많아진 1조32억원, 가온전선 자산총계는 8.4%(597억원) 늘어난 7708억원을 시현했다.
대한전선의 총자산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대규모 자본 확충과 맞닿아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12월 525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해저케이블 제2공장을 짓는데 4758억원을 투입하고 미국·유럽·중동 권역 생산시설 투자에 500억원을 쓰는 밑그림을 그렸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지분 40.1%를 보유한 최대주주 호반산업이 당초 배정받은 물량의 120% 규모인 2546억원 어치를 청약했다. 유증을 마무리한 결과 대한전선은 4625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자본 확충 영향으로 대한전선이 보유한 여유 자금이 대폭 늘어났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은 지난해 3월 말 3215억원에서 올 1분기 말 8140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에서 유동성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1%에서 33.3%로 14.2%포인트 상승했다.
◇일진전기, 유형자산 비중 40%…가온전선, 매출채권 35% LS전선은 동종업계 기업과 견줘 투자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2024년 3월 말 별도기준 총자산 4조3275억원 가운데 종속·관계·공동기업에 대한 투자자산이 894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 대비 비율은 LS전선이 20.7%인 반면 가온전선(3.9%), 대한전선(1.8%), 일진전기(0.1%)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올 3월 말 LS전선이 출자한 종속기업은 LS에코에너지(지분율 61.1%), 가온전선(48.8%), LS이브이코리아(100%), LS머트리얼즈(43.5%), LS마린솔루션(45.7%) 등 26개사다. LS EV 폴란드와 이집트 법인 'LS MAN 케이블'은 공동기업이다. 전기차 부품 제조사 LS에코첨단소재와 해양 관제통신 솔루션 개발사 지엠티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보유한 종속·관계·공동기업 지분의 장부금액 내역을 살피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온전선이 2031억원으로 가장 많다. 해저케이블 구축에 특화된 코스닥 회사 LS마린솔루션이 12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동남아 업체들을 거느린 중간지주사 LS에코에너지 보유 주식 장부가치는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진전기는 전선업계 4사 가운데 유형자산 비중이 39.5%(3964억원)로 단연 높았다. △가온전선 25.5%(1968억원) △대한전선 21.4%(5239억원) △LS전선 20.9%(9031억원)의 순을 보였다. 일진전기는 장부가 877억원의 충남 홍성공장을 비롯해 수원공장(805억원), 인천공장(748억원), 반월공장(488억원) 등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가온전선은 전체 자산에서 매출채권의 비중이 35.2%(2710억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외상으로 납품한 뒤 거래처에서 회수하지 못한 대금 잔액을 뜻한다. 26.3%(1조1393억원)를 시현한 LS전선보다 8.9%포인트 높은 수치다. 일진전기는 22.2%(2232억원), 대한전선은 16.4%(3999억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