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종합 물류기업 한진이 영업 성과와 달리 주주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순이익률로 0~1%대를 기록해왔던 한진은 올해 1분기 순손실을 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등도 동종업계 피어 기업 대비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 원인은 금융권 차입과 물류센터 임대로 발생한 리스부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은 올해 1분기 순손익률로 -0.5%를 기록했다. 매출 7122억원, 순손실 34억원이다.
한진은 영업이익률 대비 순이익률에서 매년 1% 안팎이라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2021년 부산 범일동 부지를 3067억원에 매각하며 반짝 기록했던 순이익률 6.5%를 제외하면 2020년대 이후 매년 1%대 안팎을 기록 중이다. 작년에는 매출 2조8075억원, 순이익 261억원을 달성해 순이익률 0.9%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꾸준히 내는 중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34억원, 영업이익률 3.3%로 4%대 영업이익률을 내던 예년 수준보다는 일부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순이익률 급의 저조한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2022년과 작년 한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 4.4%였다. 2021년 영업이익 994억원을 기록한 후 작년까지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기도 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1225억원이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주된 원인은 차입금 이자비용이다. 한진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이자비용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과 작년 연결 이자비용은 각각 1056억원, 1129억원이었다. 이자비용이 사실상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갉아먹는 구조인 셈이다.
한진 같은 물류사들은 전국에 물류창고 등 물류용 터미널을 갖춰야 사업이 가능하다. 물류창고는 소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리스 형태로 대여한다. 여기서 리스부채가 발생하고 이 부채의 이자비용도 발생한다. 쉽게 말해 리스 이자비용은 물류창고를 빌리는 비용이다. 한진의 경우 차입금 이자비용과 리스부채 이자비용의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
작년 한진의 차입금 이자비용은 527억원, 리스 이자비용은 602억원이다. 2022년에는 각각 462억원, 59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진의 리스부채 총량은 유동·비유동을 합해 8978억원이다.
순이익 규모가 줄면서 대표적인 주주 성과인 ROE도 하락세다. 범일동 부지 매각 시점인 2021년 ROE로 13.7%를 찍은 뒤 2022년(3.6%), 작년(1.9%) 급격히 하락했다. 올해는 2~4분기에 흑자 전환을 해야 마이너스 ROE를 면할 수 있다.
피어 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국내 물류업체들도 한진과 마찬가지로 금융권 차입금과 리스부채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다만 큰 차이점은 '금융비용부담률'이다. 금융비용부담률은 이자비용을 매출로 나눈 수치다. 한진은 비교군 3사에 비해 이 금융비용부담률이 눈에 띄게 높다.
작년 한진의 연결 매출은 2조8075억원으로 이자비용의 합계 1129억원을 매출로 나누면 금융비용부담률은 4%가 나온다. 2022년에는 이 수치가 3.7%였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은 금융비용부담률 1%대를 유지 중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작년 금융비용부담률로 1.3%를 기록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도 각각 1.5%, 1.6%를 기록했다.
금융비용부담률이 높다는 점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이 높거나 물류센터를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는 점을 뜻한다. 과중한 이자 부담 탓에 한진은 피어 기업 3사에 비해 작년 가장 낮은 ROE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