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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여전히 관문이 남아있지만 인수 후에도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해 '통합 FSC(Full Service Carrier)' 법인을 만들어야 하고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3사를 통합해 '통합 LCC(Low Cost Carrier)'도 출범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부터 회사 통합 등을 위한 재원은 이번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대부분 부담한다.
관건은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이다. 인수 후 만약 여객 수요 감소 등 업황 악화 요소가 나타나면 굵직한 국적 항공사를 소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의 충격이 두 배 이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FSC·LCC 통합 작업에 이어 추후 항공기 도입 등 운영자금 재원을 최대한 확보해 놓은 모습이다.
◇5.5조 현금 중 아시아나 인수로 빠져나갈 돈 '8000억'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으로 5조518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빠져나갈 현금은 약 8000억원이다. 계획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이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대한항공이 여기에 참여한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전환사채(영구CB) 3000억원을 대한항공이 인수한다.
다만 1조5000억원 중 7000억원은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 형태로 아시아나항공에 입금이 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이를 '예수금'으로 처리하고 있다. 영구CB는 이미 발행이 완료됐고 현금흐름 역시 아시아나항공으로 3000억원이 흘러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8000억원만 현금을 투입하면 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이후부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순차입금비율이 415.8%, 차입금의존도가 61.7%를 기록하는 등 차입 부담이 과중했지만 2021년부터 부채 관련 지표가 빠른 속도로 안정화했다.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2.5%, 35.6%다.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의 순차입금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3.2%, 35.6%다.
◇유상증자·자산매각 덕 자본 확충, 5년 평균 EBITDA '3조' 대한항공이 현재의 재무 체력을 갖출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2020년대 초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였다. 대한항공은 2020년 1조1270억원, 2021년 3조3160억원의 유상증자를 연달아 단행하면서 단숨에 4조원이 넘는 자본을 확충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2021년 건으로 원래는 2조5000억원 규모로 진행하려 했으나 딜이 흥행하면서 자본확충 규모를 늘렸다.
2020년 말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당해 대한항공이 기록한 중단영업처분이익은 9200억원이었다. 이외 2021년 말 송현동 부지 매각해 5579억원을 추가로 적립했다.
여기에 팬데믹 당시 화물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이익을 쌓은 것도 주 요인이었다. 2022년이 절정이었다. 당해 대한항공의 별도 순이익은 1조7796억원이다. 작년에도 9168억원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경우 2019년부터 작년까지 5개년 평균이 2조9931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외적으로도 들어갈 돈이 많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올해 3월 에어버스(Airbus) 사에서 신규 항공기 33대(△A350-1000 27대 △A350-900 6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시된 투자 금액만 18조4660억원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이달 8일 공시를 통해 기존 보유했던 항공기 5대를 9183억원에 처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