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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완벽한 현대차에 없던 한 가지, 이제 주가도 움직인다

22일 역대 최고가로 장 마감…실적·외부환경·주주환원 삼박자 맞아떨어져

조은아 기자  2024-05-23 14:27:11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최근 1~2년 현대는 모든 게 좋았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전시장에서의 선전, 인도 등 떠오르는 신흥시장에서의 도약,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빠른 안착과 성장까지. 그럼에도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주가였습니다. 2016~2017년 SK하이닉스와 시가총액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게 엊그제같은데 어느덧 10위까지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죠.

그러던 주가가 드디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큰 반응 없던 주가는 최근 들어 빠르게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22일 전날보다 9.5% 급등한 27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입니다. 현대차가 1974년 1월 상장했으니 무려 50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쓴 셈이죠.

주가 급등으로 현대차 시가총액 순위는 코스피 4위로 한 단계 뛰어 올랐습니다. 다음날 다시 2%가량 하락하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총 4위는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주가 상승률 역시 35%에 이릅니다. 시가총액 규모가 비슷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상승률이 마이너스(-)입니다. 함께 자주 비교되는 삼성전자 주가는 어떨까요? 역시 올들어 1% 정도 하락했습니다.

◇Industry & Event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은 다양합니다. 우선 실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내내 현대차를 괴롭혔던 '피크 아웃' 우려는 이제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분기마다 실적 기록을 '새로고침'하며 우려를 시원하게 일축했습니다. 1분기 역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으나 2.3%로 감소폭이 그리 크지 않았죠.

무엇보다 현대차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하반기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유럽산과 미국산 수입차에 붙는 관세를 대폭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현대차에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중국 사업에서 아무런 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 규모 역시 축소될 대로 축소됐죠.

반면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에겐 크게 불리합니다. 주요 국가들의 관세 보복이 격해질수록 현대차가 반사효과를 보게 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의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꾸준히 확대해왔던 주주환원 역시 드디어 빛을 보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열심히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곳으로 꼽힙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잇달아 자사주를 소각했고 배당도 크게 늘렸습니다. 6월쯤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도 전망됩니다.

마침 전해진 수소 소식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 'ACT 2024 박람회'에서 수소 상용 밸류체인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날 현대차뿐만 아니라 수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간 발목을 잡았던 우려 가운데 하나는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었는데 현대차는 오히려 기회로 삼았습니다. 캐즘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리며 전략적 유연성도 보여주고 있죠.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6월 20일 열린 '2023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Market View

시장의 평가 역시 긍정적입니다. 전날 주가가 급등한 이후 목표주가를 내놓은 증권사는 아직 없습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4월 25일 이후 많은 리포트가 나왔는데 당시 나온 목표주가는 29만~35만원 사이입니다.

최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곳으론 대신증권이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4월 26일 목표주가를 10% 상향해 33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실적 호조 및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너무 저평가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증권가는 그간 꾸준히 현대차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해왔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4월 말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톱니바퀴는 실적,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HEV(하이브리드차)까지 다 준비했어'. SK증권이 4월 말 내놓은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캐즘에 대비하는 현대차의 전략을 한눈에 보여주죠. SK증권은 "현대차가 올해 전년 대비 28% 증가한 48만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며 "다른 어떤 완성차 회사들보다 유연하고 발빠른 정책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환율, 하이브리드차 경쟁력, 주주환원 강화, 저평가 등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꽉 찬 잔이 아니었다'는 제목도 눈에 띕니다. 더 좋아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말이죠.


◇Keyman & Comments

주가 부양을 위한 현대차의 '빌드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닙니다. 오랜 기간 공들였던 일련의 작업들이 때를 만나 드디어 효과를 보는 모양새인데 그 배경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최고경영진들이 있습니다.

현대차가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건 정 회장의 취임 이후부터입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장 사장은 정의선 회장 시대 현대차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탄탄한 현대차의 실적과 포트폴리오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히죠.

현대차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승조 전무입니다. 지난해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이동한 서강현 사장의 후임으로 기획재경본부장을 맡고 있죠. 요직 중의 요직으로 계열사 대표이사로 이동이 잦은 이른바 '영전' 코스로 통합니다.

2020년 이후부터는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현대차 사내이사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사장, 호세 무뇨스 사장을 포함해 단 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현대차에서 CFO의 중요도가 막중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전무에게 최근의 주가 흐름에 대한 내부의 진단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IR 관계자를 비롯해 다른 관계자들 역시 말을 아꼈습니다. 주가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현재의 분위기를 즐기기보다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상 최고가를 자축하기엔 주가가 워낙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지난 몇 년 동안 체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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