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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대한전선·LGD' 이후 잠잠한 유상증자, 고민 큰 IB들

낮은 회사채 수수료율 보완 필요, "기업별 맞춤형 조달 방법 제안 중"

김슬기 기자  2024-04-12 07:07:1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올해 대기업 유상증자가 뜸하면서 증권사 커버리지 파트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올해 가장 규모가 컸던 딜은 LG디스플레이였고 비슷한 시기 대한전선 역시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기업 계열 유상증자가 잠잠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통상 증권사 커버리지 파트의 경우 회사채 뿐 아니라 대기업 유상증자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규모가 컸음에도 수수료율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별도의 딜을 진행해야 손익분기점(BEP)가 맞춰지는 만큼 유상증자 외에도 기업들의 니즈가 있을만한 부분들을 찾아 영업에 나선다는 후문이다.

◇ "LG디스플레이 이후 조 단위 딜 안 보이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와 대한전선이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2925억원, 대한전선 4625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유상증자는 크게 주주배정, 제3자 배정, 일반공모 형태로 나뉘는데 대기업의 경우 일반공모 형태를 선호한다. 이 때 증권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 일련의 과정들을 진행한다. 이사회 결의부터 1차 발행가액 확정, 신주인수권증서 상장 및 거래, 발행 확정가액 산정, 구주주 청약 등에 이르기까지 보통 3~4개월이 걸린다.

유상증자를 통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자금을 조달하는만큼 대기업 발행사와 끈끈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소수의 증권사 커버리지 파트가 이를 담당한다. 물론 증권사에 따라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진행하거나 기업 규모에 따라 중소·중견기업 담당 부서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대기업이면서 조 단위의 자금을 조달했던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는 한국투자증권 커버리지1부, NH투자증권 Technology Industry부, KB증권 기업금융3부, 대신증권 기업금융1·2담당 등 대기업 전담 파트에서 진행했다. 해당 딜의 수수료는 40bp 선으로 총 수수료만 52억원에 달했던만큼 각 하우스의 수익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 대형 유상증자가 뜸해지면서 대기업 커버리지 파트의 IB들도 고민이 크다. 그나마 최근 발표되는 유상증자는 제3자배정이거나 주주배정인만큼 증권사 IB 파트의 수익에는 큰 영향이 없다. 이 때문에 다른 조달니즈가 있는지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상증자 시장은 예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동안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이나 2차 전지 업체들의 설비투자 때문에 유상증자가 이뤄졌었는데 올해는 큰 규모의 대형 유상증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 대기업 담당, '회사채+유상증자'로 수익…유증 보완책 찾기 '분주'

올해는 대형 유상증자가 잠잠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소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초부터 롯데케미칼(1조2155억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3610억원), CJ CGV(4153억원), SK이노베이션(1조1433억원), SK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SK리츠·3061억원), 한화오션(1조4971억원) 등 일반 공모 유상증자가 이어졌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유상증자 관련 수수료는 517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수수료가 51억원으로 가장 컸고 롯데케미칼이 48억원, 한화오션 47억원, CJ CGV 37억원, SK리츠 31억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18억원, STX 15억원 순이었다.

이 경우 증권사 커버리지 파트의 경우 공모 회사채와 일반공모 유상증자 등만으로도 돈을 버는 게 충분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딜 난이도에 따라 수수료도 다른데다가 진행 기간이 긴 만큼 공모 회사채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다. 지난해 평균 유상증자 수수료율은 57bp 선이었다. 반면 공모 회사채의 경우 평균 11bp 정도였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공모채 발행을 진행하면서 대기업 유상증자 딜도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공모 딜 위주로 바빴다"면서 "올해는 기업들이 공모채도 앞당겨서 발행에 나선 데다가 공모채 발행 수수료가 높지 않은만큼 지난해 유상증자를 메울 다른 딜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조달을 진행하지 않은 발행사에는 공모채 외에도 자산유동화증권(ABS)나 사모사채 등을 제안하고 있고 각 회사의 내부 목표에 맞게 제안을 하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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