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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양종희 회장, '4억' 통큰 자사주 매입…주가 50% 상승 견인

②KB금융 '시총 1위' 위상 걸맞은 주가 관리 포부…단일 매입 규모, 4대 금융 CEO 중 최대

최필우 기자  2024-05-22 10:49:39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사진)은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한 대표적인 CEO다. 현직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단일 매입 건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보상 여파로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음에도 전년도 급여에 준하는 금액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리딩금융 CEO의 자신감을 보였다.

KB금융 주가는 양 회장 취임 후 5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선도적으로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한 게 빛을 발하고 있다. 올 1분기 순이익 측면에선 신한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주가상승률에서 만큼은 리딩금융 위상에 걸맞은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딩금융 CEO, 자사주 매입도 '최대'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 회장은 자사주 545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일 KB금융 종가인 8만1600원을 기준으로 하면 4억4480만원 규모다. 우리사주조합 조합원 계정을 포함하면 보유 주수는 5914주로 늘어난다.

양 회장은 지난 3월 19일 장내에서 5000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11월 회장 취임 후 첫 자사주 매입이다. 취득단가 7만7000원으로 3억8500만원을 들여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매입 단가 기준

현직 4대 금융 CEO의 자사주 매입 사례를 보면 양 회장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단일 매입 건 기준으로 가장 크다. 평가액 기준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매입 단가 기준으로 2018년 3월 4500만원, 2023년 6월 1억7200만원 규모로 매입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0년 3월 1억2200만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2023년 9월 1억1900만원을 들였다. 양 회장의 단일 자사주 매입 규모가 다른 CEO에 비해 2~3배 가량 많다.

양 회장은 지난해 KB금융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준하는 급여와 상여를 수령했지만 3억8500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양 회장의 2023년 급여가 5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해 급여에 준하는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쓴 셈이다.

양 회장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관리 자신감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자사주 매입 시점은 KB금융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던 때다. KB금융은 올 1분기 홍콩H ELS 손실보상 비용 발생으로 순이익 급감이 불가피했다. 양 회장은 1분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었던 3월 중순께 자사주를 매입해 그룹 구성원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KB금융 내부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금융지주 CEO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통상적인 일로 여겨지지만 관례에 비해 규모가 커 그룹 구성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시가총액 1위 금융회사 CEO에 걸맞은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도적 주주환원 정책, '밸류업' 결실

지난해 11월 21일 양 회장 취임 후 KB금융 주가상승률은 50.8%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51.3% 상승한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금융주 밸류업을 선도하고 있다. 신한지주가 32.3%, 우리금융이 16.4%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의 선전이 돋보인다.

양 회장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관리에 정성을 쏟은 것은 물론 주주환원 정책을 선도적으로 강화한 게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KB금융은 올해 국내 금융권 최초로 분기 균등배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가장 크다.

양 회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두자리수로 끌어 올리고 비은행,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비은행 계열사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해외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하면 꾸준한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단기적으로는 홍콩H ELS 손실보상 후유증을 털어내고 비이자이익 확대 동력을 회복하는 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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