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어느덧 취임 1주년을 맞았다. 9년 만에 새 리더십을 맞는 만큼 양종희호 KB금융을 향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많았다. 든든한 은행,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안정된 지배구조 위에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발걸음이 가벼울 순 없다. 현상유지를 넘어 양종희 회장의 성과 역시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벨이 양종희 회장 체제 1년 KB금융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물갈이는 본능에 가깝다. 보통 부정적 뉘앙스로 쓰이지만 새출발을 앞두고 주변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당연하다. KB금융을 포함해 대부분의 금융지주에서 회장 교체 이후 첫 인사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9월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11월 취임했다. 연말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이뤄진 12월 중순까지 석달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던 만큼 새 진용을 구상할 시간은 충분했다.
다만 임기 첫 해인만큼 전임 회장과의 '단절'보다는 '연속'을 선택했다. 주력 계열사의 대표 교체폭이 크지 않았다. 올해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내야 할 시기인 만큼 계열사 대표를 추가로 교체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선임되는 대표들은 양 회장 임기 반환점을 함께 돌 '러닝메이트'로 그 중요도가 높다.
◇계열사 대표 대부분 전임 회장 때 선임…연속이냐 단절이냐 올해 말 KB금융 11개 계열사 가운데 5곳에서 대표이사(CEO) 임기가 만료된다. 우선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국민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KB라이프생명과 KB데이타시스템은 지난해엔 무풍지대에 있었으나 올해는 다르다. 인원 수로는 6명이다. KB증권에서 2명의 대표가 모두 임기를 마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표 교체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은행과 증권, 카드 등 주력 계열사 대표들은 자리를 지켰다. 주력 계열사 가운데선 KB손해보험만 대표가 바뀌었다.
1년 사이 가장 달라진 점을 꼽자면 지난해 양종희 회장이 이제 막 지휘봉을 건네받았다면 올해는 양종희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보통 회장 취임 초기엔 조직 안정 등을 위해 기존 인물들을 재선임하고, 시간이 지나 체제가 자리잡으면 새로운 인물 위주로 새판을 짜는 경향을 보인다.
취임 직후에 전임 회장 때 선임된 인물을 한번에 교체하는 건 부담이 따르는 만큼 양 회장이 순차적으로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KB손해보험에 이어 올해 KB증권이나 KB국민카드 대표로 새 인물을 기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만큼 완전한 양종희 사단을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관심은 특히 이재근 KB국민은행장에게 쏠려있다. 은행장이 중요한 이유는 양 회장 임기 막바지에 은행장을 지내는 인물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KB금융 안팎에선 이재근 은행장이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항마가 없는 데다 딱히 흠을 잡힐 만한 부분 역시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 걸림돌은 장기 재임이다.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은 허인 전 은행장밖에 없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는 KB증권과 KB국민카드 대표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KB국민카드에 지주 CSO(최고전략책임자)가 갔던 선례를 고려하면 일순위는 이승종 부사장이다. 다만 관행을 께고 지주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재관 부사장 혹은 내부 출신이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 역시 점쳐지고 있다.
◇확실한 조직 슬림화 기조, 임직원 수 20% 줄어 양 회장이 지난해 안정을 선택하면서도 보여준 또다른 메시지는 '조직 슬림화'다. 한때 180명을 넘겼던 지주 임직원 수는 양 회장 취임 이후 20% 가까이 줄었다.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외형을 확장하는 등 그룹 전반에 변화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지배구조는 물론 그룹 포트폴리오까지 완성된 지금, 지주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임 회장 시절 임직원 수는 대체로 많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임원 수(대표이사 및 겸직 임원 포함)는 매년 꾸준히 우상향했다. 2014년 단 8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엔 33명까지 늘어났다.
현재는 양종희 회장을 더한 임원 수가 24명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겸직 임원 상당수가 지주를 떠나 원래의 소속 계열사로 돌아가거나 아예 그룹을 떠났다. 은행 등에서 겸직을 하던 임원 수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2명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9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임원 감소 폭의 상당 수가 겸직 임원에서 나온 셈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양 회장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