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임종룡 회장의 '자사주 매입' 결단, 주가 아쉬움 털어낼까

②상대적 규모 작지만 경영진 동참 유도…4대 금융 최하위 주가상승률, 추격 기대감

최필우 기자  2024-05-14 07:38:56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지난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사진)의 취임은 금융권 안팎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경제관료 시절은 물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할 때도 유능한 리더라는 평판을 얻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침체된 우리금융 주가를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임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 주가는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한 게 주가 상승폭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됐다. 다만 4대 금융 내에서 비교하면 가장 낮은 주가 상승률이다. 임 회장은 경영진과 계열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동참을 유도하며 경쟁사 추격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취임 후 주가상승률 30%…신한금융 턱밑 추격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 회장은 자사주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1억1880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CEO로 책임경영을 표방하는 취지다.


임 회장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다른 4대 금융 CEO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다.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9억424만원을 보유해 가장 큰 규모다. 이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6억4440만원, 양종희 KB금융 회장 4억4480만원 순이다. 임 회장은 매입 후 주가가 올라 1억459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임자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자사주 사랑이 남다른 CEO였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11만8127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도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17억원이 넘는 물량이다.

임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줄곧 금융권에서 커리어를 이어온 다른 CEO와 차이가 있다. 타사 CEO의 자사주 매입이 회장 취임 전부터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 회장의 자사주 보유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는 평이다. 임 회장이 지난해 9월 6일 자사주를 매입한 후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22.1% 상승했다.

임 회장 취임 후 기준으로 주가상승률을 보면 우리금융지주는 30.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33.6%를 기록한 신한지주의 주가상승률을 턱밑 추격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순이익 기준 업계 1위, 2위를 다투는 최상위권 금융지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이 선전한 했다.


◇경영진, 자사주 14만주 일제히 매입

KB금융, 하나금융의 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KB금융 주가는 66.7% 올랐다. 하나금융지주는 51.6% 상승했다. KB금융의 경우 주가상승률이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의 2배가 넘는 셈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주가상승률에서 큰 차이가 난 결정적 요인으로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KB금융은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계열사를 각 업계 최상위권으로 만들어내며 금융권에서 가장 균형잡힌 포트폴리오 구축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보험사가 아직 부재하다. 최근 포스증권 인수를 결정했지만 상위권 도약을 위해선 갈길이 멀다.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차이가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다시 한번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으로 추격 의지를 다졌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5000주를 추가 매입해 총 3만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우리은행 부행장단과 본부장급 임원들을 포함해 총 14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13일 종가 기준 2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임 회장의 리더십이 그룹에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임 회장은 계열사 CEO와 은행 경영진에게 본인의 성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관행을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금융 경영진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그룹 사기를 높일 수 있게 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