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네이버는 통합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 Board Skills Matrix)를 공개하고 있다. 경영, 재무, 금융, 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이 네이버가 추구하는 이사회 역량이다. 7인의 이사진은 BSM이 지목하는 역량을 하나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인 알파벳(구글)의 이사회 역량 지표는 무엇일까. 구글은 기술보다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중요 지표로 삼고 있다. 다양한 성별과 인종(민족성) 그리고 성소수자(LGBTQ+) 등의 지표로 BSM 지표를 삼았다. 기술, 재무, 법 정책 등의 항목은 아예 배제하고 있다. 다양성이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결정에 필요한 통찰력을 확보한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 작년부터 BSM 공개
네이버는 작년부터 통합보고서를 통해 BSM을 공개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BSM 도입은 작년이 처음이다.
네이버 이사회 BSM은 크게 5개의 틀로 짜여져 있다. △법률 및 정책·리스크관리 △기업 경영·재무·금융 △산업·경제 △ESG △커뮤니케이션·이해관계자 대응이다. 한 사람당 2~3개 이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하도록 해, 하나의 역량에 3~4명 이사를 확보하는 식이다.
네이버 BSM에 따르면 변대규 이사회의장(기타비상무이사)은 기업 경영과 산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변 의장이 휴멕스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사내이사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ESG를 제외한 4개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표시했다.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사내이사)의 역량은 ESG·커뮤니케이션과 산업이다.
노혁준과 정도진 사외이사는 각각 법률·ESG, 경영·회계를 전문 분야로 꼽고 있다. 노 이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울지방법원남부지원판사가 주요 경력이다. 정 이사의 주요 경력은 중앙대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 감리위원이다.
올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변재상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는 금융과 경영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가 변 이사의 사외이사 추천 이유로 증권 및 금융 분야 전문성을 꼽았기 때문이다. 변 이사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사장)을 인물로 2019년부터 작년까지는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변 이사와 함께 신규 선임된 이사무엘 사외이사 역시 경영 및 금융, 산업 등을 전문 분야로 꼽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는 아시아 최대의 개인 디지털 투자 플랫폼으로 50억 달러 이상의 고객 자금을 유치한 인다우어스(Endowus)의 창업자이자 싱가포르, 홍콩, 및 런던 등 국제 금융 시장에서 약 30년간 기관 투자를 주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사외이사는 종전까진 학계 중심이었으나 최근 2명을 교체하며 금융과 투자 부문의 이사 역량을 강화했다. 네이버 BSM 지표에는 없지만 글로벌적 측면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 측면에서 진일보한 이사회 구성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자리를 채웠던 이인묵 전 이사와 이건혁 전 이사의 주요 경력으로는 각각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 신한금융그룹 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꼽힌다.
◇구글, 인종통계학적 다양성 강조
구글은 이사회 전문분야로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각 이사의 전문영역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 △인종(민족) △성소수자 여부를 공개한다. 물론 주요 이사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각 부문에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다. 전문 식견은 기본으로 두고 성정체성이나 인종 민족 등의 다양성을 더 중시하는 셈이다.
심지어 성소수자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는 점을 BSM을 통해 공표하고 있다. R. 마틴 “마티” 차베즈(R. Martin “Marty” Chávez) 사외이사는 성소수자이자 히스패닉인 남성이다. 차베즈 이사는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최고정보책임자를 역임한 인물이다. 이같은 금융 이력보다 성정체성과 인종이란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로빈 L 워싱턴(Robin L. Washington) 사외이사는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워싱턴 이사는 시카고연방은행은 물론 IT업계와 바이오테크인 길리어드까지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4년엔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하는 S&P 500 기업 중 최고 CFO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글은 이같은 전문성은 BSM의 주요 지표로 삼지 않고 다양성만 강조하고 있다. 구글은 다양성과 전문성을 별개로 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사회 내 배경과 관점의 다양성이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결정에 도움이 되는 통찰력을 가져온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도 이사회의 다양성을 밝히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연령과 성별 구성 정도에 그친다.
구글의 이사회는 기업가, 기술자, 운영 및 금융 전문가, 학자, 과학자, 투자자, 고문, 비영리 이사회 구성원, 정부 지도자 등 광범위한 배경을 갖고 있다. 구글의 우선순위와 직접적으로 보유한 자로 구성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BSM으로 카테고리화하지 않고 각 이사진의 경험과 주요 능력 사항을 서술해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주고 있다.
구글 사외이사는 5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인 존 L 헤네시 사외이사는 MIPS 테크놀로지스의 창립자를 통한 기술 비즈니스 경험, 엘리자베스 여왕 엔지니어링 재단 이사 등에서의 이사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프렌시스 H 아놀드 이사는 대통령 직속 과학 기술 자문 위원회 공동 의장, 일루미나 이사직이 주요 경험으로 꼽힌다.
L. 존도어 이사는 벤처 캐피털 회사 Kleiner Perkins 경험과 아미리스 등에서의 이사직이 주요 경력으로 꼽혔다. 금융 및 투자 뿐만 아니라 타 회사 이사직을 토대로 글로벌 비즈니스 관점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로저 W. 퍼거슨 주니어 이사의 경우 금융 서비스 회사 TIAA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재직 경험 등이 주요 경력으로 꼽혔다. K.랩 슈리람 이사의 경우 각각 아마존 전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 경험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십 역량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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