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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기업 이사회가 경영 의사결정을 원활히 수행하고 업무를 분담하는데 필요한 조직이 소위원회다. 카카오 계열 10개 상장사 중 이사회에 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6곳이다. 법에 따라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감사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외에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 보상위, 내부거래위 등이 포진했다.
소위원회는 이사회 회의가 열리기 전에 굵직한 안건을 숙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사회가 활발히 운영되는지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소위원회 회의 개최 빈도'가 부각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소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가 40회로 카카오(23회) 등 다른 계열사를 압도했다. 소위에 상정된 의안 역시 129건으로 2위 카카오 45건의 3배에 가까웠다.
◇전체 98회·247건 집계, 6개사 모두 보상위 설치 THE CFO가 카카오 계열 10개 상장사 공시를 조사한 결과 작년 소위원회 회의는 총 98회 열렸는데 카카오뱅크가 40회로 다른 계열사들을 압도했다. 위험관리위 12회, 감사위 11회, ESG위 7회 열렸다. 임원후보추천위와 보수위 회의는 다섯 차례씩 개최했다. 2위는 23회를 기록한 카카오로 △감사위 10회 △이사후보추천위 5회 △보상위·ESG위 각 4회 소집했다.
한 해 동안 소위원회 회의에 상정된 의안은 모두 247건이다. 카카오뱅크 소위 안건이 129건으로 전체의 52.2%를 차지했다. 위험관리위 의안이 58건으로 집계됐는데 주택담보대출 최장만기 확대에 따른 리스크측정요소 사용승인안, 2024년 유동성리스크 관리전략, 금리리스크 한도 설정안 등을 가결했다. 이외에 △카카오 45건 △카카오페이 27건 △SM엔터테인먼트 26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를 운영하는 기업은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SM엔터테인먼트 △넵튠 등 6곳이다. SM C&C, SM라이프디자인그룹, 디어유, 키이스트 등 4개사는 별도기준 총자산이 2조원에 미달해 위원회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 이사회에 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았다.
6개사 모두 경영진 보상정책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의무에 따라 보수위원회를 설치했다. 게임 개발사 넵튠은 인사위원회에 보상 의제를 심의하는 기능을 부여했다. 이들 위원회는 등기이사 보수한도, 임원 보상체계 등을 검토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내부거래위 설치한 카카오페이·SM엔터, 회의 횟수 '대조' ESG위원회를 운영 중인 계열사는 5개사로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SM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과제 이행 실태를 관리하는데 주안점을 맞췄다. 카카오 ESG위는 정기적 비재무 위험 요인을 검토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지난해 4월 출범한 거버넌스위원회가 ESG 경영사항을 논의해 왔다. 거버넌스위 주요 권한으로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정책 검토·심의'도 명시된 대목이 돋보인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0.91%를 확보하고 주가 저평가 해소를 촉구한 영향과 맞물렸다.
내부거래위를 설치한 회사는 카카오페이와 SM엔터테인먼트 두 곳이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에 내부거래위를 신설했다. 위원장 강율리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필두로 권태우 성현회계법인 전무, 김재환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등 3인 전원이 사외이사다. 다만 지난해 활동이 저조한 양상을 드러냈다. 2023년 2월에 한 차례 회의를 여는데 그쳤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 내부거래위는 작년 9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처리한 안건 역시 21건으로 1건에 불과한 카카오페이 내부거래위와 대조를 이뤘다. 김태희 사외이사(법무법인 평산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은 SM엔터테인먼트 내부거래위에는 사외이사 이승민 법무법인 피터&김 변호사와 기타비상무이사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포진했다.
SM엔터테인먼트 내부거래위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건 과거 '라이크기획' 논란과 비슷한 사례가 재발돼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다. 2000년 이래 2022년까지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크기획에 외주기획료 명목으로 1741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지배구조 개선 의제를 점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