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10곳 중 올해 이사 보수한도에 변화를 준 곳은 롯데렌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EM),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곳이다. 최근 재계에서 보수한도를 삭감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롯데렌탈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보수한도 증액을 결정했다.
그 배경에는 각기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롯데렌탈, 롯데EM, 롯데웰푸드 등 보수한도에 변화를 준 곳들은 최근 주주 지분율이나 이사회 구조 등이 바뀐 회사들이다. 특히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에 선봉으로 선 곳이다.
◇화학·식품군 사업 확대 주역, 보수한도 증액 롯데EM,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은 올해 이사 보수한도를 최대 10억원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룹 내 식품군인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보수한도를 10억원 증액하고 롯데EM은 보수한도를 약 4억원 늘린다.
이들 3사는 최근 2년 사이 큰 변화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EM의 경우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회사다. 인수 후 롯데그룹 측 인사들이 이사회에 들어갔고 올해는 사외이사 1인(이필재 전 대한LPG협회 회장)을 추가해 전체 이사회 구성원 수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린다.
이에 따라 전체 보수한도도 17억5000만원에서 21억9000만원으로 늘린다. 롯데EM은 일진머티리얼즈 시절이던 2015년 보수한도를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삭감한 후 롯데그룹에 편입된 지난해 추가로 보수한도를 17억5000만원으로 깎은 바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을 얻으면 이사 보수한도 총액이 1년 만에 다시 20억원대로 늘어난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도 식품군 체질개선을 위해 사업구조와 지배구조에 변화를 준 곳들이다. 2022년 7월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며 출범한 롯데웰푸드는 두 회사의 결합 효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4조663억원)은 전년 대비 26.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1770억원)도 57.5%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2년 사이 국내외 법인을 신설·인수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2022년 9월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대를 위해 빅썸바이오 지분 52.9%를 95억원에 인수했고 이듬해 1월과 9월에는 각각 낙천칠성(상해)음료유한공사(신설)와 필리핀펩시(Pepsi-Cola Products Philippines, 종속기업 편입) 등 해외 법인 지분을 늘렸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보수한도 증액 금액은 동일하게 10억원이었다. 두 회사는 신동빈 회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상장사(롯데지주·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 가운데 보수한도를 올린 곳은 이 두 회사뿐이다.
◇롯데렌탈, 유일한 보수 삭감 롯데렌탈은 올해 롯데그룹에서 유일하게 보수한도 삭감을 결정했다. 지난해 보수한도(5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20억원을 삭감할 예정으로 그 규모도 작지 않다.
2015년 KT에서 호텔롯데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롯데렌탈은 2021년 상장 이후 보수총액을 50억원으로 유지했다. 작지 않은 규모의 이사회(사내이사 2명·기타비상무이사 1명·사외이사 4명)를 꾸렸지만 보수총액 자체는 그룹 상장 계열사 중 적은 편에 속했다.
지난해 기준 롯데렌탈보다 보수한도가 낮은 곳은 롯데EM(17억5000만원), 롯데정보통신(30억원) 등 2곳뿐이었다. 올해 한차례 보수한도를 삭감하면 롯데렌탈보다 보수총액이 낮은 곳은 롯데EM(21억9000만원) 한곳만 남는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에 편입된 후 실적과 자산이 모두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2015년 1조2877억원이었던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2조738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연결 자산총계도 3조946억원에서 6조9272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0.48%에 머물며 정체하는 모습을 보였고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0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감소했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수익성이 역성장한 만큼 올해 보수한도를 낮춰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동안 중고차 매각 사업에 집중하던 롯데렌탈은 '본업'인 렌탈 부문에 사업 역량을 쏟는 중이다. 특히 중고차 렌탈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으로, 증권가 역시 해당 사업의 조기 안착 여부가 롯데렌탈의 실적 개선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