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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이승열 행장 취임 2년차인 2024년 리딩뱅크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올해도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면 3년 연속 정상을 지킨다. 이 행장은 영업 고삐를 당기기에 앞서 집안 단속부터 마쳤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통합 상징성을 갖는 행장답게 출신 은행, 역량, 이력을 두루 고려해 경영진을 꾸렸다. 이들은 기업금융, 자산관리, 재무 등의 분야에서 경쟁사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승열호 하나은행 키맨들의 면면과 올해 주어진 역할을 살펴본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체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통합이다. 하나은행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행장을 내세워 통합 상징성을 확보했다. 외환은행 뿐 아니라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출신을 배려한 인사로 경영진을 꾸렸다.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하나은행의 특수성이 감안됐다.
하나은행을 이루는 또 하나의 큰 줄기는 옛 한국투자금융이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금 출신 인사들은 은행 전환 후 30여년 간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인수 은행 인사들로 원활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한국투금 출신 인사들이 정립한 조직 문화가 있어 가능했다. 박병준 하나은행 경영지원그룹장 부행장(
사진)은 경영진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국투금 출신 인사로 명맥을 잇고 있다.
◇외환은행 합병 직후 총무부장…업무 방식 통합 기여 박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중대부고,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1월 대학 졸업과 맞물려 입사한 첫 직장이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금이다. 당시 한국투금은 은행으로 전환을 준비하면서 경력과 신입 인재를 모으고 있었다.
박 부행장 입사 직후인 1991년 3월 한국투금은 재무부로부터 은행 전환 인가를 받고 하나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박 부행장은 한국투금으로 입사한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하나은행을 설립한 원년 멤버 중 막내다.
은행 전환 초반인 1993년 박 부행장은 서무부 소속으로 조직의 안살림을 책임졌다. 하나은행은 후발 은행 입장에서 다른 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업무 체계를 새로 수립해 나가고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박 부행장이 추후 지원 분야 전문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박 부행장은 점포개발팀 조사역을 거쳐 전략기획부에서 관리자로 경력을 쌓았다. 본점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일선 영업점에 투입됐다. 2007년 청파동지점장, 2011년 서초센터지점 기업금융전담역, 2013년 장안동지점장을 거쳤다.
2014년 1월 사무지원부장으로 본점에 복귀해 근무하고 있던 그는 중책을 맡았다.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합병 직후 총무부장을 맡았다. 하나은행은 앞서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과 합병한 경험이 있었지만 외환은행과의 통합은 규모 측면에서 가장 큰 M&A였다. 한국투금 시절부터 하나은행의 변천사를 경험해 온 박 부행장은 내부에서 두 거대 조직의 업무 방식을 통합할 적임자였다.
◇함영주 회장 체제 '인사' 키맨 박 부행장은 통합 하나은행이 자리잡는 시기였던 함영주 하나은행장 체제에서 줄곧 총무부장으로 재직하며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는 데 기여했다. 이 기간 맡은 임무를 다하며 개인적으로도 체급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2019년 하나은행 업무지원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하나금융지주 그룹지원총괄 상무를 겸직했다. 은행을 포함한 그룹 전반의 후선지원 업무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2022년 은행 경영지원그룹장 부행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지주 그룹지원총괄 겸 그룹인사총괄 부사장 자리가 주어졌다. 2022년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첫해로 인사와 조직 개편의 중요성이 컸던 해다. 함 회장은 구성원을 통합할 수 있는 인사를 중시했고 모든 합병 과정을 지켜본 박 부행장을 인사 키맨으로 낙점했다.
청라헤드쿼터(HQ) 설립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도 박 부행장의 주요 이력으로 꼽힌다. 2021~2022년 청라HQ추진단장을 겸했다. 청라헤드쿼터 설립은 하나금융의 숙원 사업이다. 부지를 매입하고 사옥을 짓는 것 뿐만 아니라 헤드쿼터에 그룹 정체성을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원년 멤버로 하나은행의 역사를 함께한 박 부행장에게 적합한 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