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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이승열 행장 취임 2년차인 2024년 리딩뱅크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올해도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면 3년 연속 정상을 지킨다. 이 행장은 영업 고삐를 당기기에 앞서 집안 단속부터 마쳤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통합 상징성을 갖는 행장답게 출신 은행, 역량, 이력을 두루 고려해 경영진을 꾸렸다. 이들은 기업금융, 자산관리, 재무 등의 분야에서 경쟁사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승열호 하나은행 키맨들의 면면과 올해 주어진 역할을 살펴본다.
하나은행은 올해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중은행 순이익 3년 연속 1위 달성에 도전한다. 리딩뱅크로 입지를 공고히하고 하나금융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 2024년은 이승열 하나은행장에게 주어진 임기의 마지막 해다. 이 행장에게 은행을 맡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올해 성적표를 바탕으로 함영주 회장-이승열 행장 체제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공세적인 영업을 이어가기에 앞서 집안을 단속했다. 출신 은행을 안분한 인사로 내부 통합을 도모할 수 있는 경영진을 구축했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통합 상징성을 갖는 이 행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 행장 2년차를 함께하는 임원들은 기업금융, 자산관리, 재무 등의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진 내 '하나은행 출신' 절반 아래로 이 행장은 지난해 취임 전후로 그룹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재무 전문가로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하긴 했지만 하나은행 출신이 아니었던 탓에 그의 행장 취임을 점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서울은행 출신인 함 회장과 외환은행 출신인 이 행장이 지주와 은행을 이끄는 구도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세간의 예측과 달리 외환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 행장 취임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겸 하나금융 부문장이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함 회장은 이 행장에게 하나은행을 맡겼다.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 가질 통합 상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행장 체제에서 단행된 인사를 통해 꾸려진 경영진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 부행장단은 현재 19명으로, 이 행장을 포함하면 총 20명이다. 이중 하나은행으로 입행해 부행장이 된 임원들은 9명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자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하나은행 식구가 된 임원 또는 외부 영입 인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출신 행별로 보면 외환은행 5명, 보람은행 3명, 서울은행 1명, 충청은행 1명, 외부 1명이다.
2024년 부행장 승진 인사에서 외환은행과 보람은행 출신이 약진하면서 진용이 완성됐다. 외환은행 출신 중에서는 전호진·이은배·조영순 부행장 3인이 승진했다. 보람은행 출신 승진 인사는 이동원·김영훈 부행장 2명이다. 하나은행, 충청은행 출신으로는 각각 박태순 부행장, 이동열 부행장이 승진했다.
◇'기업금융·자산관리' 양대 축…'자본비율' 강화로 뒷받침 이 행장은 출신을 안배한 것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키맨을 배치했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행장 취임 전에 재직하던 부행장들을 유임시키는 결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병준 부행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박 부행장은 지원 업무에 잔뼈가 굵어 행내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이 행장 체제에서도 중용되고 있다.
성영수·전우홍 부행장도 유임한 임원들이다. 성 부행장과 전 부행장은 각각 기업그룹장, 중앙영업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법인 영업은 최근 1~2년 간 하나은행이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는 영역이다. 이들은 기업금융 베테랑으로 영업 선봉에 서 있다.
김영훈·이재철 부행장은 올해 승진해 각각 자산관리그룹, 신탁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프라이빗뱅커(PB) 출신으로 하나은행이 자랑하는 자산관리 인력이다. 이들이 경력을 시작한 보람은행, 서울은행은 역량 있는 PB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기능 강화에 큰 힘이 됐다. 이젠 부행장으로 PB들을 진두지휘하는 게 두 임원의 과제다.
공격적인 기업금융, 자산관리 영업을 가능하게 할 재무 분야 키맨은 김영일 부행장이다. 김 부행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로 활약한 이 행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이 행장이 취임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김 부행장을 낙점한 데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김 부행장은 효율적인 자본비율 관리를 통해 이 행장을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