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하나증권 CFO(상무)가 차입 만기를 늘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만기 도래한 기업어음(CP)을 차환하고자 후순위채를 찍은 가운데 이번에는 공모채로 CP 리파이낸싱에 나선다. 그 결과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은 장기채를 쏟아낼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 대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당장 여유 자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낮아졌다. 다만 국내외 대체투자 손실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만기를 늘려 선제적으로 조달 구조를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9월 후순위채 2500억 이어 최대 3000억 발행 '추진'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10월 말 1500억원을 모집하기 위한 공모채 기관 수요예측에 나선다. 구체적인 만기 구조는 논의 중이나 태핑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음을 밝혔다. 대표 주관 업무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지난 9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뒤 약 1개월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연초 최대 4000억원까지 찍을 수 있음을 밝혔지만 발행 후 순자본비율(NCR)은 목표치였던 1500%대에 가까이 다가섰다. 실적 자체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기에 후순위채를 추가적으로 활용할 필요는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상무가 공모채를 선택한 현 시점은 조달 적기로 보여진다. 하나증권은 'AA0,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우량 증권업체로 8일 기준 2년~5년물 금리는 기준금리(3.5%) 언저리에 있다. 키움증권, 삼성증권, NH증권도 9월 시장에 나와 조단위 주문을 받았다. 한국, 신한투자증권도 내주 수요예측을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2월 5000억원 이내의 공모채 발행을 결의한 바 있어 상반기 시장에 나와 연초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4월 미래, KB 등 더블A급 증권사들이 공모 흥행에 성공했지만 하나증권은 등판하지 않았다. 당월 나이스신용평가가 대체투자 관련 투자 손실을 고려,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다른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AA0,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등급 강등 우려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자기자본 6위의 대형 종투사인데다가 하나금융의 지원 여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숱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쉽사리 공모채 시장에 나서기엔 부담됐을 상황이다.
◇하반기 차입구조 장기화 '순항'…최근 5년 중 장기채 규모 최대 '눈앞'
다만 1분기에 이어 상반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던 것이 신용도에 관한 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와 관련해 "대손비용을 비롯한 일회성 충당금 부담이 경감된 영향이다"라고 평했다. 대체투자 손실 관련 이익 변동성이 진정되면서 연초부터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고자 했던 김 상무의 계획도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당장 여유 자금을 쌓을 필요는 경감됐지만 해외 대체투자 손실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장기 조달에 매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신평도 지난 9월 평가 의견서에서 "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비중이 전체의 58%라 지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선제적으로 장기 자금을 쌓는 방향이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증권사들 대부분은 회사채를 통해 만기 구조를 장기화했던 반면 하나증권은 상반기까지는 자체적으로 CP를 줄였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이 하우스가 보유하고 있던 CP 차입금은 3조1950억원으로 근래 5년 중에서도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현금 상환 등을 활용하면서 6월 말 기준 2조8800억원까지 낮췄다.
하반기 이 비중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 9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9월 25일~10월 25일 만기가 도래하는 CP를 차환했다. 오는 12월에도 2000억원 규모의 CP가 만기 도래하지만 이번에 발행하는 공모채를 통해 문제 없이 리파이낸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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