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short list)를 은행 출신으로만 구성했다. 비은행 분야를 경험한 인물에게 회장을 맡기거나 적어도 숏리스트에 포함시킨 다른 금융회사의 CEO 승계 프로그램과는 다른 양상이다.
회추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은행업에 특화된 CEO를 기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대구은행이 수도권에 안착해야 비은행 계열사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각 업계 전문가를 영입해 비은행 계열사 CEO를 맡기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전환 성공해야 비은행도 수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추위는 2주에 걸친 '최종후보자 선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3인의 후보가 프로그램 참가 대상자다.
숏리스트에 합류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옥찬 전 KB금융 사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등 3인이다. 이들은 모두 은행으로 입행해 경력을 쌓았고 은행장까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전 사장과 황 행장은 은행이 소속된 지주에서 보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다만 지주 내 은행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비은행 경력으로 보기 어렵다. 권 전 행장도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직을 수행했으나 재임 기간이 단 1년에 그쳐 비은행 전문가로 분류되기엔 무리가 있다.
DGB금융의 CEO 승계 절차는 비은행 출신이 약진하는 금융권 승계 트렌드와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 선임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은행 출신이지만 보험 계열사 CEO로 오래 재직한 경력이 있어 비은행 전문성도 갖췄다. BNK금융 사례를 보면 지난해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이 숏리스트에서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김 부회장은 증권, PE를 두루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다.
회추위가 비은행 전문가를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한 건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중대 프로젝트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차기 회장에게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고 수도권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비은행 출신을 내세워 포트폴리오 균형을 추구하기보다 은행업 체급 격상에 주력할 때라는 판단이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이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으면 다른 계열사의 수도권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이후 iM뱅크로 사명을 바꿀 예정이다. 지주사와 다른 계열사 사명도 iM으로 통일하는 안이 유력하다. 대구은행이 선제적으로 iM 브랜드를 수도권 고객층에 인식시켜야 비은행 계열사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비은행 계열사 '전문가 일임' 기조 이어질듯 은행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에 선임하기로 회추위 견해가 모아지면서 계열사 CEO 인선을 담당하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각 업권별 전문가 중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DGB금융은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계열사 CEO 인선 원칙을 가지고 있다. 증권,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계열사 CEO에 내부 출신이 아닌 각 업권의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행장이 되지 못한 은행 임원들에게 자리를 안분하는 식으로 계열사 CEO를 인선하는 금융권 관행과 차이가 있다.
DGB금융 계열사 대표들은 신임 회장을 보좌해 수도권 진출에 힘을 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구은행 만으로는 기존의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을 벌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대구은행과 그룹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때 수도권 안착에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