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범용 석유화학)사업부 업황 침체기에 롯데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진화에도 힘을 보태야 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롯데케미칼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 이후 지급보증을 서서 롯데건설이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돕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이 다음 달 7일 발행하는 2000억원 규모 만기 1년 공모채에 원리금 지급보증을 선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신용도(AA0, 안정적)를 이용해 차환자금을 마련한다. 롯데건설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채 중 일부(2100억원)를 상환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에도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2500억원 규모 만기 1년 공모채에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번 달 롯데건설이 해당 공모채를 만기 상환하면서 롯데케미칼이 제공한 지급보증 잔액이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잡히게 됐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을 롯데케미칼 아래에 두는 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롯데케미칼 위로는 롯데지주가 최대주주로 있고 아래로는 각 사업부문별 종속기업 외에 롯데건설이 관계기업으로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 롯데건설 최대주주에 올랐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가 보유하던 롯데건설 주식 275만9808주(1960억원)를 매입해 지금의 출자 구조가 굳어졌다. 자회사 이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는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해소하기 위한 거래였다. 롯데케미칼은 호텔롯데(롯데건설 지분 43.3% 보유)와 롯데건설 지배력을 양분하고 있다.
롯데건설 최대주주(지분 44.02% 보유)인 롯데케미칼은 PF 우발채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2년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단기 대여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했다.
롯데케미칼은 본업 업황 침체에도 대비해야 한다. 매출 과반을 차지하는 기초소재사업부 수익성이 악화해 2022년부터 연결 기준(이하 동일)으로 전사 영업손실(지난해 3분기 누적 751억원)이 이어졌다. 지난 3분기 롯데케미칼 사업부문별 매출액은 △기초소재 10조1413억원 △첨단소재 3조8745억원 △정밀화학 1조3574억원 △전지소재 4158억원순이었다.
기초소재사업부는 2022년부터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 1조2298억원을 올리던 사업부다. 주원료인 납사(나프타)·혼합자일렌(MX) 가격 상승과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가 겁쳤다.
롯데케미칼은 사업구조를 개편해 기초소재사업부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로 했다. 고부가 제품을 확대하고,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해 2022년 55%인 범용 석유화학 매출 비중을 2030년 40%로 낮출 계획이다.
첨단소재·정밀화학 등 다른 사업부문은 이익을 내고 있다. 2022년 1%(393억원)였던 첨단소재사업부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3%(1174억원)로 상승했다. 비료·합성섬유 나일론·ABS 수지 원료(암모니아)와 방수·방청 페인트 주원료(ECH) 등을 공급하는 정밀화학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 11%(1463억원)를 기록했다.
첨단소재사업부는 2020년 롯데케미칼이 100% 자회사 롯데첨단소재(옛 SDI케미칼)을 합병하면서 구분한 사업 조직이다. 주요 제품은 폴리카보네이트(PC, 투명성·내열성이 우수한 플라스틱),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내충격성이 뛰어나고 성형성이 좋은 플라스틱) 등이다. 정밀화학사업부는 롯데케미칼이 2022년 롯데정밀화학(옛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추가 취득해 연결 실적에 편입됐다.
전지소재사업부 이익 규모는 적다. 지난해 3분기 전지소재사업부가 거둔 영업이익은 26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동박(음극박) 제조 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전지소재사업부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이익 창출력 저하를 고려해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770억원 규모 울산공장 폐 페트(PET) 화학적 재활용 시설 투자 종료 시점을 2027년 12월로 연장했다. 당초 투자 기간은 2021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였다. 롯데케미칼은 올해와 내년 연평균 약 3조원 수준의 설비·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