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글로벌 풍력타워 1위 CS윈드(씨에스윈드)는 올 정기주주총회에서 핵심 경영진과 관련된 안건을 두고 국민연금공단과 충돌했다.
국민연금은 미국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크누드베얀 한슨(KnudBjarne Hansen) 부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증액 안건에도 반대했는데 실적과 보수가 반대로 움직인 것이 이유다. 순손실을 냈는데 한슨 부사장 보수는 크게 높아졌다.
◇임기 3년 평균 참석율 57%…사측 “해외영업 집중 탓, 개선할 것”
CS윈드는 이달 24일 개최한 정기주총에서 5개의 안건을 부의했는데 이 중 △사내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 2건에 대해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 11.49%를 보유한 2대주주다. 김성권 회장(26.77%) 등 최대주주측 전체 지분율(42.24%)이 높아 안건은 무리 없이 모두 통과했다.
모두 한슨 부사장과 연관된 안건이었다. 우선 한슨 부사장을 2026년 3월까지 3년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2020년 3월 3년 임기로 최초 선임됐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국민연금은 “직전 임기 동안 이사회 참석률이 75% 미만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한슨 부사장은 최초 선임 첫해인 2020년 10번의 이사회 가운데 4번만 참석해 참석률이 40%그쳤다. 2021년엔 13회 중 2번만 참석해 15.4%로 더 낮아졌다. 다만 가장 최근인 2022년엔 19회 중 18회(94.7%) 참석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3년 전체로 보면 총 42회 중 24회 참석으로 참석률이 57.1%다.
한슨 부사장은 회사의 전략적 성장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CS윈드는 2020년 11월 풍력타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진출 계획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2021년 8월 글로벌에서 가장 큰 풍력타워 생산기지인 미국 베스타스타워(Vestas Towers America, Inc) 공장을 1700억원에 인수한다는 발표를 했다. 현재 법인명은 CS윈드어메리카(CS Wind America Inc.)다.
한슨 부사장은 덴마크 풍력발전기 회사 베스타스(Vestas) 출신 기술자다. 베스타스는 베스타스타워의 기존 주인이자 CS윈드의 고객사이다. 특히 2015년부터 2012년에는 베스타스타워 사장으로 재직하며 공장건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슨 부사장이 CS윈드가 원하는 회사(베스타스타워)와 시장(미국)을 꿰고 있는 인물이었다.
한슨 부사장이 CS윈드에 합류한 이후 1년여 만에 M&A가 성사됐다. M&A 직후엔 CS윈드어메리카 이사직을 겸직해 PMI(인수 후 통합작업)에도 기여했다. CS윈드어메리카는 현재 매출이 가장 큰 자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3741억원이다.
한슨 부사장은 해외 체류기간이 길어 이사회 참석이 저조했다. 언어 문제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내 외국인 한슨 부사장 뿐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자료 번역과 통역이 필요했다.
회사측은 앞으론 성실한 이사회 참석을 약속했다. CS윈드 관계자는 “한슨 부사장이 글로벌 영업을 전담하다보니 해외체류가 길고 시차 문제도 있어 임기 초 불참이 많았다”며 “화상회의를 적극 도입해 두 번째 임기엔 이사회에 성실히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한도 50억→80억…국민연금 “성과 대비 과다”
CS윈드는 이사 보수한도액도 2022년 50억원에서 2023년 80억원으로 30억원 증액하는 안건도 냈다.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 및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이사 8인에 대한 보수 총액은 22억3200억원으로 한도(50억원)에 크게 못미친다. 그리고 지난해는 실적이 좋지 못했는데 한슨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 급여는 올랐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3749억원 영업이익은 421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1조2034억원)은 14.2% 늘었지만 영업이익(1010억원)은 58.3%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47억원 흑자에서 9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CS윈드는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하는 것을 주주환원책으로 택하고 있는데 작년엔 배당여력이 축소됐다. 주주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는 성과다.
반면 지난해 3년래 처음으로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아 공시대상이 된 이사들이 두 명 나왔다. 최고 연봉자는 한슨 부사장으로 9억2200만원이다. 급여로 3억5000만원, 상여5억7200만원을 받았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회장도 5억7400만원을 받았다. 급여로 4억7800만원, 상여로 69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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