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시공능력평가 6위의 DL이앤씨는 부동산 시장에 몰아치는 프로젝트파이낸스(PF) 우발채무 리스크에서 무풍지대로 꼽힌다.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모두 부실이 터져도 손실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건축부문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창출력이 급락했다. 미청구공사 관련 미수금이 1조원을 돌파하면서 운전자본부담이 커진 탓이다. 때문에 잉여현금흐름도 순유출(-)로 돌아섰다.
◇2조 현금으로 시작, PF 보증 5443억 '통제가능' 범위 2021년 1월 옛 대림산업의 건설·플랜트 사업부문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DL이앤씨는 시작부터 연결기준 2조원이 넘는 현금을 들고 스타트를 끊었다. 2023년도 시공능력평가 13위의 DL건설을 종속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연결기준으로 보면 DL건설의 재무상태가 포함된다.
차입금은 1조1500억원으로 시작했다. 해마다 증감은 있지만 작년 9월 말 기준 총차입 규모는 1조3287억원, 현금성자산이 2조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빚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유동성은 PF 부실우려 여파가 휩쓰는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든든한 방벽이 돼 주고 있다.
DL이앤씨는 2020년 중 미착공 사업으로 구성된 잔존 PF 우발채무를 모두 인수, 해소했다. 인적분할 이후 PF 보증은 일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가 최근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자금보충확약을 제공, 지난해 9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가 별도기준 4498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존의 효제동 오피스텔(1150억원)과 대전 세이백화점 부지(350억원), 해운대 중동 공동주택(950억원) 등 예정 사업장에 대한 PF 보증이 신규로 실행됐다. 자회사 DL건설에서도 물류센터와 관련 약 2000억의 보증이 제공됨에 따라 연결기준 PF 보증규모는 5443억원으로 확대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DL이앤씨의 도급 PF 규모는 3150억원이나 시행사 신용공여라기보다 자체 사업의 후순위대출 신용공여라 내부 유동성으로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 모두 부실이 생긴다는 가정 하에 손실을 흡수해도 부채비율은 현재 연결기준 90.9%에서 103% 정도로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원가상승·미청구·배당확대…현금흐름 악화 '3중고' PF 우발채무 리스크에서 사실상 무풍지대로 평가 받는 DL이앤씨에도 고민이 있다. 영업현금 창출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러시아 발티(Balti), 미국 GTPP 등 채산성이 양호한 플랜트 프로젝트 매출 반영이 원가부담을 일부 상쇄하였음에도 레미콘, 시멘트 원재료가 인상 등으로 건축부문 원가율이 재차 상승했다.
작년 3분기 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083억원으로 전년 동기(4404억원)대비 감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운전자본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운전자본투자 규모가 2168억원에서 604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만한 현금이 사업에 묶여있다는 뜻이다.
미청구공사 관련 미수금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502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서 게 원인이다. 공사를 완료했음에도 아직 대금을 못 받은 돈이다. 이로 인해 캐시플로가 꼬이면서 영업현금흐름은 2022년 3분기 말 순유입(+) 1521억원에서 순유출 2037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다만 미청구공사 중에서 플랜트 및 토목부문은 3000억원 정도로 선제적 손실 반영으로 대규모 손해부담을 완화했다. 건축부문과 주택사업 관련 미청구공사 7000억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 주택은 분양률 92.8%로 우수하고 서울 및 경기 비중이 63.1%에 이르고 있어 리스크가 제한적이다.
주주환원정책으로 배당금 지급이 과거 대비 증가한 것도 현금흐름에 부담이 됐다. 3개년(2021~2023년) 주주환원정책 통해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의 15% 수준의 배당을 예고함에 따라 2022년 배당 관련 현금 소요 640억원, 지난해에도 423억원이 배당으로 유출됐다. 이로 인해 작년 9월 말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된 -260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