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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물꼬 튼' DL에너지, DL그룹 공모채 속도 낼까

과거 연간 5000억 넘게 조달, 지난해 '0원'…DL이앤씨 수요 관심

이정완 기자  2024-06-05 13:40:51
DL에너지가 3년 만에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DL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이 같은 기조가 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DL그룹은 연간 5000억원 넘는 공모채를 발행해왔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투심 부담이 커지자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는 어느 계열사도 공모채를 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공모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인 건설사 DL이앤씨도 3년 만의 발행이 예정돼있다. 오는 10월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가 다가오는 지주사 DL도 또 다른 후보다.

◇2022년부터 발행 급감…사모채로 선회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DL에너지는 지난 4일 이뤄진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400억원 모집에 총 2760억원의 주문이 확인됐다. 2년물과 3년물로 나눠 주문을 받았는데 모두 개별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A급 발행사였음에도 ‘긍정적’ 등급 전망을 달고 있어 투심이 양호했다. 600억원까지 증액이 예상된다.

DL에너지는 2021년 7월 1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찍은 뒤 3년 만에 시장 복귀를 결정했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지만 모두 사모채를 택했다. 올해도 4월까지 200억원 어치 사모채를 찍어 투자 수요를 확인한 뒤 공모채 복귀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DL에너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DL그룹 계열사 전체가 마찬가지다. DL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 연간 2000억원 중반 수준을 공모채 시장에서 조달하다가 2010년대 후반 들어 꾸준히 5000억원씩 발행에 나섰다. 2021년에는 연간 554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해에는 주력 계열사 DL이앤씨를 비롯해 대림, DL에너지, DL건설이 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2022년부터 조달 기조가 급변했다. 그룹 연간 공모채 발행액이 930억원으로 급감했다. DL만 나홀로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는 아무도 공모 시장을 찾지 않아 공모채 발행 0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작년에 채권 발행을 안 한 건 아니다. 돈이 필요한 계열사는 사모 시장을 찾았다. DL이앤씨 자회사인 DL건설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100억원씩 총 30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에 시장 복귀를 선제적으로 결정한 DL에너지도 500억원 어치 사모채를 찍었다.

DL그룹은 지난해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실적 약세가 뚜렷해지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주력 계열사 DL이앤씨의 수익성도 저하됐다. 건설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회사였지만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넘게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였다.

◇지주사 DL도 연내 1500억 만기 도래

IB업계에서는 이번 DL에너지 공모채 흥행을 계기로 DL그룹 계열사가 공모 발행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계열사이긴 하지만 호실적을 거둔 만큼 다른 곳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이미 DL이앤씨는 다음달 초 발행을 계획 중이다. 이달 중순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만기 전 차환하려 했으나 소폭 미룬 7월 발행을 택했다.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변경되며 내부 파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도 결정의 원인이 됐다. 전보다 실적은 약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AA급 발행사인 만큼 수요에 관심이 크다.

지주사 DL도 복귀 후보로 거론 중이다. 오는 10월에 2019년 발행한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가 다가온다. DL은 지난해 석유화학 자회사 크레이튼(Kraton)이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해 이익에 타격을 입었으나 올 들어 반등하고 있어 공모채 발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히 자체 사업을 펼치지 않는 지주사는 자회사 실적이 투심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크레이튼은 DL그룹이 스페셜티 화학 분야 육성을 위해 2022년 2조원을 들여 인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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