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내 현금부자로 통했던 DL이앤씨의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별도기준 1조원을 웃돌았던 현금성자산 규모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8300억원대로 줄었다. 영업·투자·재무 등 모든 사업활동에서 현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수치로 전환했다. 상반기에만 2200억원대 현금이 빠져나갔다. 수익성 악화로 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단기 매출채권 등의 회수가 늦어지는 등 운전자본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외 개발사업 법인 등에 지속적으로 현금이 투입되는 추세다.
◇상반기 3200억 순유출…반기순이익 3분의 1 토막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32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는 1조1526억원을 기록했던 항목이다. 반년 사이 3200억원가량 현금이 유출됐다는 의미다.
1년 전과 비교해도 현금성자산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99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말에 다시 현금성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기 위해서는 1000억원 이상 현금 유입이 필요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마이너스 전환이 현금성자산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DL이앤씨가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은 -22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15억원으로 나타났던 항목이다.
무엇보다 운전자본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순운전자본변동액은 -313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는 -105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이지만 올해는 2000억원 이상 현금 유출 폭이 커졌다.
순운전자본을 구성하는 항목 중 자산의 증가는 현금의 감소를, 부채의 증가는 현금의 증가를 뜻한다. DL이앤씨는 부채 중 특히 미지급금과 계약부채의 감소액이 컸다. 각각 1765억원, 1348억원이 현금흐름에서 차감됐다.
자산 중에선 단기매출채권이 급증한 점이 현금 유입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상반기 중 812억원가량 증가했는데 전년 동기에는 773억원만큼 감소했던 항목이다. 올해 연말에 채권의 회수 여부가 현금흐름의 개선을 좌우할 전망이다.
미지급금과 계약부채 등의 정산은 진행하고 있지만 반대로 채권 회수는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수익성 악화로 인해 영업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거둬들이는 이익도 줄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반영된 반기순이익은 317억원으로 전년 동기 107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DL이앤씨는 건설경기 침체 이후 수년간 영업이익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2021년 6797억원 △2022년 4026억원 △2023년 2218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1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42억원을 기록했던 항목이다. 하반기까지 수익성 악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500억원 이상 남기기 어려울 수 있다.
◇개발사업 법인 현금 유출 지속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도 모두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각각 615억원, 330억원이 순유출됐다. 전년 동기 각각 -999억원, -788억원으로 나타난 항목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현금 유출폭이 줄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선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의 주식취득 항목이 눈에 띈다. DL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중 종속기업 주식취득에 155억원, 관계기업 주식취득에 423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전년 동기에는 관계기업 주식취득에 711억원을 썼다.
개발사업을 위한 법인에 지속적으로 현금이 쓰이고 있다. 상반기 423억원이 투입된 관계기업은 홈플러스 부지 개발을 위해 만든 울산의정부PFV다. 전년 동기에도 같은 성격의 인천인하PFV, 대전문화PFV, 전주완산PFV에 총 451억원을 투입했다.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선 유동성장기부채 상환 금액이 늘어나면서 전체 유출 폭을 축소할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2002억원을 갚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억5504만원에 불과했던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