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0위인 중흥그룹에서 유일한 상장 계열사인 대우건설은 전체 임원의 약 41%가 회사 주식(자사주)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이사인 백정완 사장과 재무관리본부장인 이용희 전무도 이 인원에 포함된다. 이 전무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한다.
임원 중 한 사람도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비율이다. 다만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임원 대부분이 3년 전 전사적으로 진행한 자사주 매입 캠페인(일명 '대우 사랑 캠페인') 때 취득했다는 점이다. 회사 권유 없이 스스로 장내에서 직접 자사주를 산 임원은 손에 꼽힌다.
◇임원진, 2020년 6월 '대우 사랑 캠페인' 때 대거 매입 올해 9월 말 기준 대우건설 상근 임원은 총 96명이다. 이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임원은 39명으로 비율로는 40.6%다. 매우 높은 비율로 평가된다. 일례로 중흥그룹과 비슷한 규모인 DL그룹(재계 18위)의 상장 건설 계열사인 DL건설은 자사주를 보유한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DL이앤씨는 단 1명이다. 비슷한 시공능력평가 건설사인 현대건설, GS건설 등과 비교해도 높다.
대우건설에서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임원 5명은 백정완 대표(1만2404주)와 최일영 상무A(8664주), 안상태 상무(7300주), 곽병영 전무(6933주), 이원길 상무A(6286주)다. 대우건설 임원 직급 체계는 '상무A→상무B→전무→사장'이다. CFO인 이용희 전무는 264주로 39명 가운데 36번째다. 상대적으로 보유량이 많지는 않다.
임원 대부분은 2020년에 자사주를 매입했다. 중흥그룹에 인수되기 전이다. 그해 6월 대우건설은 임직원의 책임경영 의지를 알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대우 사랑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재 임원 상당수가 이 캠페인에 참여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캠페인은 자발성을 두고 대내외적으로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임직원 총 1562명이 참여해 자사주 170여만주를 매입하는 결과를 냈다. 캠페인을 진행한 이후인 2020년 말 상근 임원 42명 전원이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을 정도로 임원들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 당시 대우건설은 원활한 매각을 위해 임직원의 높은 로열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2011년 KDB산업은행 관리하에 놓인 뒤 마땅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고급 인력들이 꾸준히 이탈하는 등 맨파워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캠페인으로 이러한 우려를 일부 씻어냈고 이듬해 중흥그룹과 KD산업은행이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최근 3년 새롭게 취득한 임원은 손에 꼽아...주주환원 선택지도 '제한적' 다만 주목되는 점은 대대적으로 자사주 매입 캠페인을 진행한 이후 3년간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은 드물다는 점이다. 2021년 7월 장내에서 주당 7300원에 98주를 직접 매입한 안상태 상무A만이 눈에 띈다. 그는 전략기획본부 담당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약 1년간 대우건설 주가는 4000~5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채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배당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 당장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지가 넓지 않다. 올해 9월 말 기준 대우건설 부채비율은 177%로 중흥그룹 편입 이후 개선됐지만 배당 조건에는 아직 못 미친다.
회사가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은 있다. 대우건설은 2000년대에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10년 넘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현금 지출이 동반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현금창출력(영업활동현금흐름 음수 전환)이 약화된 대우건설로는 고민스러울 수 있다.
배당 재개와 자사주 매입 등이 어렵다면 투자자 소통(IR) 활동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만 IR 활동을 할 뿐 일반투자자 상대로는 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IR 자료도 15쪽 분량의 국문 실적 설명서가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