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차기 대표이사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재무통 출신인 주 부사장 선임은 단순히 현대엔지니어링 재무구조 개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상현 부사장도 현대차 CFO 출신으로 재무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사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편입 후 처음 비(非)플랜트 경영 체제를 맞게 된다. 아울러 CEO와 CFO가 모두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의 재경본부장들이 결집한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질 예정이다. 앞서 한차례 무산됐던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기아 CFO인 주우정 재경본부장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부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임명되면 2011년 4월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비플랜트 임원이 CEO에 오르게 된다.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위철, 성상록, 김창학 전 사장을 포함해 현재 홍 부사장까지 모두 화공플랜트 출신이었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은 CEO와 CFO가 모두 재무 출신 임원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주 부사장은 기아 재경본부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실장, 원가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다시 기아로 복귀해 재경본부장을 맡아 CFO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주 부사장과 호흡을 맞출 현대엔지니어링 CFO는 김현성 재경본부장 부사장이다. 1968년 12월생인 김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 출신으로 현대차 회계관리실장과 HMA 재경담당를 거쳐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재경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현대엔지니어링 CFO를 맡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에 현대차와 기아 CFO를 역임한 두 임원이 모이는 셈이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 현대차그룹 핵심 자동차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CFO를 맡았던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단순히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구조 개선에 그친 인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배경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IPO를 준비했으나 이듬해 상장 계획을 일단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IPO는 단순히 한 기업을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과도 이어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요 주주에는 △현대건설(38.62%) △정의선 회장(11.72%)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9.35%) △현대모비스(9.35%) △정몽구 명예회장(4.68%) 등이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필요한 재원으로 평가됐다. 다만 당시 IPO 시장이 경색돼 상장 계획은 철회돼 현재까지 수면 아래 감춰진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대표이사 교체는 아직 확정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