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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CFO 성과 분석

김상현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 IPO 재추진 '중책'

EBITDA 마이너스대 진입, 투자활동 현금유출액 감소 수순

전기룡 기자  2024-11-06 09:48:26

편집자주

2022년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는 국내 건설사들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어진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는 건설업황 악화를 더욱 가중시켰다. 지난 2년간 건설사들의 재무라인도 분주한 행보로 불황에 맞섰다. 다운 사이클로 접어든 건설 경기 속에서 주요 건설사들이 택한 생존 전략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더벨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건설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전략과 재무적 성과를 짚어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때 SK에코플랜트와 함께 기업공개(IPO) 대어로 통했다.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위축된 투자심리로 한 차례 순연됐다. 특히 기대에 못 미치는 몸값이 책정된 게 원인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몸값 산정의 근간으로 활용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현재는 마이너스(-)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IPO 실패 이후 새롭게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오른 김상현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부진한 업황에도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했지만 다시금 IPO에 도전하기 위해선 EBITDA를 보다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원활한 신사업 투자도 담보될 필요가 있다.

◇원가율 96.3% 기록, 건축·주택부문 증가세 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한 차례 IPO를 추진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IPO 추진 시점에 금리 인상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은 투자설명서를 공시한지 20여일뒤인 2022년 1월 28일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몸값이 IPO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기업의 멀티플(EV/EBITDA 배수)을 적용해 할인 전 평가 시가총액을 7조원대까지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4조6000억~6조원 안팎의 몸값을 산정했다. 2021년 말 별도기준 EBITDA가 4422억원이었기에 가능했던 금액이다.

다만 IPO 추진 시점부터 EBITDA가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2022년 말 별도기준 EBITDA가 전년 대비 50.4% 감소한 2192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듬해 말에는 20억원에 그쳤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4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IPO 재추진을 위해서는 EBITDA를 개선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IPO 무산 이후 합류한 김 부사장도 EBITDA를 담보하는 작업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부사장은 현대자동차 재무파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인물이다. 회계팀장과 회계관리실장을 거쳐 미국법인(HMA) 재경실장으로 활동했다. 국내로 복귀한 이후에는 CFO 역할을 수행하는 재경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사내이사로 등재돼 이사회에 참여도 이력도 있다. 2020년 부사장 승진에 성공한데 이어 이듬해 초 원가혁신사업부장 자리를 맡았다. 원가혁신사업부는 재경본부와 구매본부에 흩어져 있는 공장원가관리사업부, 공장원가실, 구매원가실 등을 통합·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직전 직책이 원가혁신사업부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김 부사장도 원가율 개선을 바탕으로 EBITDA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년 조단위로 매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매출 규모와 비례해 원가율도 급등하는 추세다. IPO 추진 시점 88.3% 수준이었던 원가율은 올 상반기 96.3%까지 상승했다.

특히 건축·주택부문 원가율이 같은 기간 97.5%에 육박한다. 전년 동기 기록한 94.8%보다 2.7%포인트 올랐다. 하자 논란이 야기됐던 전라남도 오룡지구 '힐스테이트 오룡'에 추가적인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만큼 당분간 높은 수준의 원가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리스크 현실화 대응, 업계 최고 수준 재무건전성

원가율 관리와 함께 CFO를 필두로 '에퀴티 스토리'를 차별화하는 전략도 요구되고 있다. EBITDA가 저조한 상황이라는 점에 미루어 기존의 사업부문을 피력하기 보다 신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의 환기를 이끌어낼 필요성이 제기된다. 과거 IR 단계에서도 6495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세부적으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폐기물 소각·매립장을 운영하는 법인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334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공유했다. 같은 기간 이산화탄소 자원화 사업(구축물 공사/토지 매입)에 2500억원을, 차세대 초소형 원자로 발전소 건설사업에 650억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유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현재는 자체현금을 바탕으로 투자계획을 지속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5월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 19.9%를 확보한 월성그린환경이 언급된다. 코레이트케이엔케이에코인프라사모투자에도 신규 출자 방식으로 118억원을 투자했던 관계기업이다.

다만 IPO를 추진하던 시점보다는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이 줄어들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2조5662억원을 투자활동에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에는 1조176억원을 지불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9억원만을 투입한 상태다. 단기금융상품이 감소세를 이끌었지만 과거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부진한 업황이 투자전략에 변화를 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주요 건설사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리스크의 현실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이 1조원을 상회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9065억원의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토대로 부진한 업황에 대응한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 별도기준 부채비율과 차임금의존도가 각각 76.9%, 0.3% 수준에 형성돼 있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에퀴티 스토리를 기반으로 IPO를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김 부사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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