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상역은 안정적이고 견조한 수익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재무구조는 그에 걸맞지 않게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700억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됐지만 차입금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안 그래도 높았던 차입금의존도가 더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건 세아상역이 글로벌세아그룹의 재무부담을 홀로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기업인 글로벌세아를 포함해 그룹 계열사에게 지난해 빌려준 자금 규모만 4400억원에 달한다. 현금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단기차입금 규모 대비 현금및현금성자산이 턱없이 부족해 자칫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한세실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구축해놨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을 130%로 줄인 데 이어 올 3분기 말엔 안전한 수준인 95%까지 떨어뜨렸다. 차입금의존도와 현금유동성 지표도 개선했다. 세아상역과 비교해 그룹 계열사에 대한 재무부담이 적은 만큼 재무구조 안정화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 1700억 벌었는데 유동성 부족? 원인은 ‘독박’ 재무구조 세아상역의 수익성은 견조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조7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 안팎의 매출액을 기록하다 2020년부터는 2조원을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6.2% 증가한 2조3397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일부 생산품목을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전환하는 등 영향으로 원가율이 개선됐고 그 결과 영업이익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전년대비 24.8% 증가한 17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59.1% 증가한 1706억원이었다.
하지만 세아상역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양호하다고 볼 순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부채비율이 안정적이지 않은 데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아 자본 구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세아상역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57.5%였다. 전년 183.3%보다 개선된 수치다. 부채비율 계산 산식에서 분자가 되는 부채총계보다 분모인 자본총계 증가폭이 더 컸다. 지난해 부채총계는 1조384억원으로 전년 8922억원에서 1461억원이 증가했고 자본총계는 1조3790억원에서 1조6977억원으로 3187억원 불어났다.
다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자본총계가 늘어난 건 자본으로 계상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년 3822억원에서 5122억원으로 1300억원 늘었다. 미처분이익증여금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 세아상역은 배당금을 2019년 510억원에서 2020년 965억원으로 올린 적이 있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점도 재무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융통했다. 전년 1523억원이었던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1년 만에 2939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결과 차입금의존도는 43.1%에서 46.2%로 상승했다. 세아상역의 자산 절반 가까이가 차입금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현금유동성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세아상역의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84억원이었다. 전년 543억원에서 159억원(29.3%) 감소했다. 반면 1년 안에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5141억원에서 7039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을 단기차입금으로 나눈 비율을 계산해 보면 10.6%에서 5.5%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는 상황에서도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 세아상역이 그룹을 위해 지고 있는 재무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세아상역의 장단기 대여금 규모는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1523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2939억원으로 1416억원 증가했다.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서 17.3%로 6.3%p 상승했다. 대여금은 세아상역 자산엔 포함되는 돈이지만 거래 상대방에게 현금이 넘어가는 개념이어서 유동성 축소 요인으로 꼽힌다.
대여금 대부분은 특수관계자에게 지급됐다. 지난해 특수관계자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글로벌세아에게 빌려준 자금 규모만 1113억원에 달한다. 글로벌세아는 글로벌세아그룹의 지주사이자 지배기업이다. 이외에도 글로벌세아의 종속기업에 130억원가량을 단기 대여해 줬다. 장기대여금 규모도 340억원이다.
특히 창업주인 김웅기 회장에게도 118억원을 꿔줬다. 또 대주주 및 임원에게는 장단기로 689억원을 빌려줬다. 세아상역 대주주에는 글로벌세아 외에 ‘오너 2세’ 장녀 김세연 씨, 차녀 김진아 그룹 총괄 부사장, 삼녀 김세라 세아상역 상무가 있다. 둘째인 김 부사장은 세아상역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다.
세아상역이 특수관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장단기 대여금을 합하면 3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종속기업과 글로벌세아의 종속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는 선급금 부담 1141억원까지 합하면 지난해에만 4400억원이 넘는 재무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안정적인 한세실업, 모든 재무지표 개선 한세실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세실업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30.7%였다. 전년동기 161.9%에서 31.2%p 개선된 수치다. 올해 3분기에는 36%p 추가 하락해 94.7%로 떨어졌다. 통상 부채비율이 100%보다 낮을 경우 매우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 하락과 함께 차입금의존도 역시 개선됐다.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48.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44.3%로 3.9%p 하락했다. 올 3분기에는 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자본구조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금유동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분석된다. 한세실업의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규모는 2021년 말 313억원에서 지난해 208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은 5083억원에서 4958억원으로 감소했다. 현금성자산을 단기차입금으로 나눈 비율은 2021년 6.2% 수준이었지만 2022년엔 42%로 크게 상승했다. 올 3분기에도 차입금 감소 영향으로 해당 비율이 44%로 개선됐다.
한세실업은 세아상역과 달리 대여금 규모가 크지 않았다. 2021년 71억원 규모였던 장단기 대여금은 지난해 42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여금 규모가 적은 만큼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는 배당금 지급 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