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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살아나는 쌍용건설, 글로벌세아의 자회사화 의미는

⑤유상증자·비용절감, 영업익 턴어라운드…배당수익원·차입담보 등 활용 여지 주목

이민호 기자  2024-05-28 15:54:37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원가와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매출액 감소에도 영업이익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을 지배하고 있던 특수목적법인(SPC)을 흡수합병하며 쌍용건설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되면서 향후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 제고에 따른 배당 수취와 담보 이용 등 활용 여지를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건설 유상증자에 재무건전성 개선…전사적 비용통제 영업익 턴어라운드

쌍용건설이 글로벌세아그룹에 편입된 것은 2022년 12월이다. 앞서 쌍용건설은 유동성 위기로 2014년 1월 회생절차가 개시됐지만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아들이면서 2015년 3월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글로벌세아그룹 지주사 글로벌세아는 완전자회사(지분율 100%) 형태의 SPC(아본데일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쌍용건설 지분 83.82%를 사들였다.


쌍용건설 경영권 인수에는 글로벌세아의 출자와 대여, 그룹 계열사의 대여가 전방위로 소요됐다. SPC가 쌍용건설 경영권 지분을 사들인 직후인 2022년 12월말 SPC에 제공한 계열사별 대여금 잔액은 태림페이퍼가 500억원, 세아상역이 340억원이었다. 여기에 글로벌세아가 지난해 1월 SPC에 대해 1000억원 출자와 503억원 대여를 실시했다.

쌍용건설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모회사인 SPC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덕분이다. 유상증자에 힘입어 2022년말 1121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자본총계가 지난해말 2934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이 기간 753.0%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이 266.5%로 하락하는 효과를 봤다. 쌍용건설에 대한 SPC의 지분율도 89.98%로 상승했다.


여기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점도 고무적이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430억원으로 2022년(1조5831억원)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마이너스(-) 44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플러스(+) 318억원으로 오히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줄인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원가와 판관비는 2022년보다 각각 13.3%, 14.1% 줄었다. 이는 매출액 감소폭(-8.8%)보다 큰 것이다.

쌍용건설 측은 "국내 본사와 국내외 현장에서 전사적인 비용관리, 지출관리, 원가관리를 달성했다"며 "두바이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에서 공사비 증액이 덜 이뤄졌던 것을 지난해 준공하면서 이뤄낸 점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 전경. 출처: 쌍용건설

◇글로벌세아의 쌍용건설 자회사화…배당 수익원·차입 담보 등 활용 여지 주목

지난해 12월 글로벌세아는 SPC를 흡수합병했다. 이로써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지분율 89.98%)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쌍용건설 나머지 지분 10.02%는 두바이투자청이 그대로 보유한다. 두바이투자청은 보유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외부기업 인수합병(M&A) 때 인수금융이나 계열사로부터의 대여금 조달을 위해 SPC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쌍용건설을 인수한 아본데일인베스트먼트 외에도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세아인베스트먼트, 발맥스기술을 인수한 세아ESG인베스트먼트가 있으며 이번달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 인수에서도 SPC(티앤제이인베스트먼트)를 내세웠다. 이중 세아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7월 세아상역에, 아본데일인베스트먼트는 이번에 글로벌세아에 각각 흡수합병됐다.


다만 SPC 흡수합병으로 글로벌세아는 SPC가 보유하고 있던 부채를 떠안게 됐다. 태림페이퍼(500억원)와 세아상역(340억원)이 SPC에 제공하고 있던 합산 대여금 840억원을 승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SPC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대구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인수금융도 글로벌세아가 그대로 떠안았다. 이는 2022년말 2207억원이었던 글로벌세아의 별도 기준 총차입금이 지난해말 4956억원으로 늘어나는 한 가지 요인이 됐다. 같은 기간 47.5%였던 부채비율도 87.6%로 상승했다.

글로벌세아 측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불필요한 SPC를 정리한 것"이라며 "외부감사 비용, 세무신고 비용, 인적관리 비용 등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업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비용 절감 외에도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자회사화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 겹치며 2022년말 1582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을 지난해말 756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인 반면 이 기간 846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1697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차입금의 경우 단기차입금 비중을 줄이고 공사대금 유동화 등을 통해 장기차입금 비중을 늘리는 등 건전성도 개선했다.

부채비율이 여전히 266.5%로 높은 편이지만 지난해 원가와 비용 절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 매출이 올라온다면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에서 추가 개선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그동안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지만 향후 배당이 재개될 경우 모회사인 글로벌세아가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돼 향후 쌍용건설 지분을 차입금 조달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당장 활용 가능성은 미미하다. SPC는 인수금융을 조달할 때 쌍용건설 전체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글로벌세아가 SPC를 흡수합병한 후에도 인수금융 잔액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탓에 쌍용건설 전체 주식이 담보로 묶여 있다. 글로벌세아가 지난해말 평가한 쌍용건설 지분 100%에 대한 가치(장부금액 기준)는 2719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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