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상역과 한세실업은 의류 OEM 업계 선두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맞수답게 매년 비슷한 매출액을 기록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2020년 세아상역이 먼저 치고 나가 처음으로 2조원 벽을 넘어섰다.
당시는 미국 의류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붕괴되는 동시에 마스크와 방호복 등 수요가 급증하던 상황이었다. 세아상역은 생산품목을 의류에서 마스크·방호복으로 전환하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한세실업은 이듬해 곧바로 격차를 좁혔다. 평소에도 세아상역보다 뛰어난 원가율 관리능력을 보였는데 여기에 수익성이 좋은 엑티브웨어 오더를 확대했다. 2020년 세아상역의 영업이익이 한세실업보다 1186억원 많았지만 2년이 지난 2022년에는 한세실업이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 세아상역, 의류시장 얼어붙은 2020년 되레 실적 ‘껑충’ 세아상역은 국내 1위 의류 ODM 업체다. 하지만 2위 사업자인 한세실업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 10년간 둘은 1조6000억원 안팎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쳤다.
그러다 먼저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한 건 세아상역이다. 세아상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조2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경쟁자인 한세실업은 같은해 매출액이 11.7%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던 시절 세아상역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장 위치와 생산품목에 있다.
세아상역의 생산기지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 등 10여개 나라에 펼쳐져 있다. 전체 물량의 3분의 2가량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중남미에서 만든다. 대륙별로 공장을 분산한 덕분에 코로나19 피해를 비교적 덜 볼 수 있었다.
변화한 시장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한 점도 위기 극복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미국은 팬데믹으로 의류 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대신 마스크와 방호복 수요가 급증했다. 세아상역은 미국 정부와 특별계약을 맺고 옷이 아닌 마스크와 방호복을 생산했다. 중앙아메리카 생산기지에서 체결된 계약 규모만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에서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세아상역은 통상 원가율을 85~86%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2020년 일부 생산품목이 바뀌는 등 영향으로 원가율을 81.5%까지 낮출 수 있었다. 판관비가 전년대비 14.2% 증가한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은 89%의 신장률을 기록, 1835억원의 흑자를 냈다.
세아상역은 2021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2조13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2.7% 감소한 1418억원으로 나타났지만 2년 전까지 1000억원도 벌어들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성을 보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조3397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6.2%, 24.8%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지난해 약 25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쌍용건설이 4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플랜트사업 계열사 세아STX엔테크가 1008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세아상역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 ‘절치부심’ 한세실업, 수익성 관리로 이윤 극대화 ‘반격’ 한세실업은 세아상역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세아상역의 원가율은 낮게는 85%, 높게는 87%에 달했는데 한세실업은 70%대 후반에서 끊었다. 세아상역보다 매출이 적지만 더 많은 영업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실제로 한세실업은 2016년 매출액 1조5477억원을 기록하며 세아상역보다 740억원 뒤쳐졌지만 영업이익에선 82억원 더 많은 816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세아상역의 원가율은 85.6%였던 반면 한세실업은 77.3%였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다만 2018년부터는 세아상역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세아상역과 한세실업은 각각 1조7658억원, 1조7127억원의 매출을 내며 비슷한 성적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에선 큰 차이를 보였다. 세아상역이 886억원, 한세실업이 590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평소와 같은 수준의 원가율을 보였지만 판관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세아상역은 판관비에 1690억원을 쓴 반면 한세실업은 그보다 2배 많은 3481억원을 소요했다. 이같은 흐름은 2019년에도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세실업은 팬데믹 여파로 물류에 큰 타격을 입었다.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기지가 집중되어 있었는데 정부가 셧다운을 결정하는 바람에 생산 및 물류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2020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1.7% 감소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마스크, 방호복, PPE(개인 보호 장비) 등 새 시장에 진출해 수익성은 지킬 수 있었다. 영업이익으로 10% 증가한 649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세아상역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조246억원, 1835억원이었다.
절치부심한 한세실업은 2021년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핵심 프로그램과 카테고리, 아이템 확대 등을 통해 기존 오더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바이어와의 협상력을 제고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엑티브웨어 오더를 확대해 전년대비 64.4% 증가한 106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세아상역과의 격차는 35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높여 바이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매출액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해 2조2048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1796억원을 기록해 세아상역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