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KCC의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 인수는 중심 사업의 교체와 외형 확대를 이뤄낸 빅딜(Big deal)이었다. 실리콘 부문은 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고 전체 매출은 단숨에 5조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모멘티브 인수가 가지는 의미는 관련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주요 경영진들의 지난 발자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부 인사는 KCC를 떠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경영과 전략, 회계 등의 영역에 남아 각 부문을 컨트롤하고 있다.
◇세대교체 이뤄낸 정재훈 대표 모벤티브가 KCC에 인수된 시기는 2019년이다. 비교적 최근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당시 주요 경영진 또는 실무를 책임졌던 인사들은 현재까지 각자의 부문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속했던 인사들은 영역별 수장에 올라 각 부문을 이끌고 있다.
특히 정재훈 KCC 대표이사 사장은 모멘티브 인수 주역 중 대표까지 오른 인사로 꼽힌다. 모멘티브 인수 시점에 그는 경영전략부문장 전무였다. 회사가 추진 중인 대규모 인수·합병(M&A) 작업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던 위치였던 만큼 당시의 성과 등을 인정받아 현재 자리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1월 그의 대표 선임과 사장 승진은 KCC의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했다. 당시 정 사장은 부사장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1966년생이었고 상무 또는 전무급 인사들과 비교해도 젊은 편에 속했다. 전임자였던 민병삼 사장이 195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 사장의 선임으로 대표직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진 셈이다.
이러한 정 사장은 해외사업과 경영전략, 지원 등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1993년 KCC에 입사해 기획총괄을 거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인도법인장, 싱가포르법인장, 동남아총괄법인장 등을 지냈다. 이후 경영전략부문장, 경영지원총괄, 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자리에 올랐다.
그의 과거에서 주목할 만한 시점은 관리본부장에 오른 2021년 이후다. 입사 28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할 당시에도 주요 경쟁자를 제치고 부사장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기록하며 경영 능력과 사내 영향력 등을 인정받기도 했다.
정 사장은 현재 KCC의 체질 변화 등을 통한 성장성 확보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올해 3월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는 "기업 체질의 근본적 변화를 주요 경영전략으로 삼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너3세 정재림, 경영전략부문장 맡아 KCC의 모멘티브 인수에서 핵심 경영진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이를 지원한 인사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오너3세 정재림 경영전략부문장 상무다. 정 상무는 정몽진 KCC 회장의 장녀이자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의 손녀로 모멘티브 인수 시점을 전후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정 상무는 2019년에 KCC에 입사해 모멘티브 인수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를 담당했다. 투자금이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해 재계에서도 흔치 않은 빅딜이었던 만큼 경영의 실무를 학습시키기 위한 정 회장의 복안이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는 1990년생으로 입사 당시 최연소 임원이었다. 미국의 명문 여대인 웨슬리대학을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2019년 4월 경영전략 관련 부서로 입사했으며 직위는 이사대우였다. 입사 전에는 삼성전자에도 잠시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영전략실에는 정 상무 외에도 모멘티브 인수 시점에 사업 부문을 담당했던 인사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김성원 경영전략실장 전무다. 김 전무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이사 직위로 있었으며 해외담당을 지내고 있었다. 모멘티브 인수 작업의 참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해외사업 관련 파트를 담당하고 있었던 만큼 간접적인 업무 지원은 이뤄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무는 1969년생으로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했다. 그의 상세한 이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KCC에서 자동차부품전담과 자동차 영업, 해외담당, 해외사업지원임원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