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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KCC, 중심 사업 '도료·건자재→실리콘' 리빌딩

②매출 비중 3년 연속 50% 차지, 업황 부진 속 대응안 수립은 과제

박규석 기자  2023-11-02 10:35:49
KCC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KCC는 중심 사업의 교체를 단기간에 이뤄낸 기업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도료와 건자재 시장 내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실리콘 중심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매출 규모만 단순 비교하더라도 실리콘 단일 부문은 도료와 건자재 부문의 합산 금액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KCC가 2019년 인수한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의 영향이 컸다. 실리콘 사업의 경우 과거에는 소재 사업부 내 속하는 소단위 사업이었다. 하지만 모멘티브를 품으면서 단일 부문으로 독립하는 동시에 회사의 중심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도료·건자재 넘어선 실리콘 사업

KCC는 오랫동안 건자재와 도료 부문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했다. 두 부문에서 연간 70% 내외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모멘티브 인수 직전인 2018년 말 연결 기준 매출은 2조8835억원으로 전체 매출 3조7822억원의 76%를 차지했다.

이러한 실적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대형 고정 거래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도료와 건자재 부문은 현재도 국내 시장 점유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폴리염화비닐(PVC)은 2위다.


KCC의 핵심 사업이었던 건자재와 도료 부문의 매출 비중은 모멘티브 인수 후 실리콘이 대체했다. 모멘티브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등의 효과로 실리콘 부분의 매출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829% 늘어난 2조6956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듬해 실리콘 부문 매출은 3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 말 기준으로는 3조709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실리콘 부문의 매출 비중은 53%~55%사이를 유지하며 KCC의 중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2021년부터는 도료와 건자재 부문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실리콘 부문이 2021년과 2022년에 기록한 영업이익은 각각 2692억원과 2615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도료와 건자재 부문의 합산 영업이익은 각각 1036억원과 1802억원으로 실리콘 단일 부문보다 규모가 작았다.

이러한 실리콘 부문의 주력 제품은 유기실리콘이다. 생활용품 등 소비재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선박, 건설, 헬스케어 산업 등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소재로도 사용되는 동시에 고령자용 의료 기기 등으로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모멘티브 실질적인 기여도는

KCC의 실리콘 사업은 모멘티브 인수로 외형은 확대됐지만 실질적인 이익기여도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이후 연간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모멘티브의 실적이 포함된 MOM Holding Company(MOM)를 통해 일정 수준 가늠할 수 있다. MOM은 모멘티브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며 총 41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KCC가 보유한 MOM의 지분은 60%다. 하지만 MOM이 2020년 1월 1일부터 KCC 종속회사로 편입된 데 따라 실적 100%가 연결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MOM은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이후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다. 2020년 719억원의 순손실 이후 흑자 전환을 못 하고 있으며 올해 반기 기준으로는 1218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종소기업으로 편입되기 직전인 2019년에는 지분법손실을 내기도 했다. 당시 KCC가 관계기업으로 분류된 MOM에서 인식한 지분법손실은 2525억원 규모였다. MOM 취득과 관련한 파생상품 평가손실도 1225억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분법손실 등의 경우 실제 영업손실이 아닌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른 평가손실이었다.

다만 2019년에 발생한 지분법손실 등은 KCC의 적자 폭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당시 KCC는 연결 기준으로 221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123억원 대비 적자가 크게 심화된 수치다.

올해 역시 업황 등의 여파로 이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불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KCC 실리콘 부문은 2022년에 기록한 영업이익 2615억원 중 2100억원(80%)을 상반기에만 거둬들이기도 했다. 올해 2분의 경우 실리콘 부분에서 처음으로 영업적자(16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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