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KCC는 그동안 주주와의 소통에 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10년 사이 기업설명회(IR) 개최 안내 공시 건수는 4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지난해와 올해에 몰려있다. 아울러 기업 실적을 설명하는 자료 역시 지난해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주주와의 접점을 최소화하던 KCC가 최근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IR 채널을 개설하며 소통을 점차 강화하는 중이다. 회사의 변화 흐름에 맞춰 관리본부장 산하에 IR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매출 50% 담당하는 모멘티브, 업황에 출렁
건자재·도료 시장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던 KCC는 2019년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첨단소재 부문을 강화했다. 모멘티브 인수 전까지 3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실리콘 매출은 2020년 2조7000억원까지 치솟으며 전체 KCC 매출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사업부문으로 단번에 성장했다.
회사의 외형성장을 담당한 사업군인 만큼 주식시장에서도 KCC를 도료업종 대신 소재 사업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전방산업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자동차, 반도체 등 전방산업의 성장세가 예상되던 2021년 KCC 주가는 끝없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그해 9월에는 장중 47만7000원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사이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실리콘 사업의 부진으로 주가도 큰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결국 지난해 8월 30만선도 내주게 됐다. 2022년 한해 동안 KCC 실리콘 부문은 매출 3조7091억원, 영업이익 2615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의 80%(2100억원)가 그해 상반기에 창출됐을 정도로 지난해 하반기 극심한 업황 악화를 경험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까지 이어지며 지난 2분기에는 실리콘부문이 분기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힘을 못 쓰고 있다. 다만 하반기 들어 실리콘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자회사 모멘티브의 미국 상장 준비 소식까지 더해지며 올해 8월부터 주가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현재 주가는 20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로 30만원 이상을 제시한 상태다.
◇기업가치 저평가 회복 '사활', 주주 접점 확대
KCC는 현재 회사의 가치를 보다 자세히 알리기 위해 외부 소통에도 점차 힘을 싣고 있다. 이달 회사 홈페이지 내에 IR페이지를 꾸려 IR 일정과 실적발표 자료, IR 뉴스 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올해 9월에는 처음으로 IR레터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당장의 실리콘 업황에 따라 흔들리던 모습을 보였지만 사업에 내재된 성장성을 알려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IR 소통을 전담하는 별도의 유닛(Unit) 조직도 신설했다.
과거 KCC의 IR은 관리본부장 아래의 재정팀에서 담당했다. 재정팀이 기존 재무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동시에 IR 업무까지 소화해야 했다. 새로 꾸려진 IR 유닛은 재정팀 산하의 별도 IR 전담 조직으로 지금 KCC가 힘을 쏟는 주주 소통 업무에 주력하게 된다.
재정팀과 IR 유닛을 산하에 둔 관리본부장은 KCC의 공식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니다. KCC를 비롯해 KCC건설, KCC글라스 등 KCC그룹은 공식적으로 CFO 직책을 두지 않는 집단으로, 대신 KCC는 재정·회계총괄·구매 등의 팀을 이끄는 관리본부장이 재무 업무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신설된 IR 유닛이 관리본부장 산하로 들어간 만큼 IR 소통의 총책임자가 바로 관리본부장(이재원 전무)이라 할 수 있다. 아직 IR 유닛의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KCC는 앞으로 이 조직의 인원을 늘려가며 외부 IR 소통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IR 유닛장은 임원직을 달기 전인 수석급(윤희탁 수석)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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