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하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존 아티스트 기획사 모델을 넘어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각종 콘텐츠와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하이브가 아티스트 레이블을 시작으로 게임, 대체불가토큰(NFT) 등의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 기업 카카오에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한 곳이라 하이브와 반대로 진화했다. 웬툰·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 IP를 토대로 드라마·영화 등 영상콘텐츠, 케이팝(K-Pop)과 음원서비스를 총망라한 종합 콘텐츠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엔터, 정반대 성장 스토리
하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정반대의 성장 스토리를 가졌다.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해 플랫폼으로 가고 있다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으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한 곳이다. 성장 스토리는 다르지만 방향성은 비슷하다. 기존 연예기획사 모델을 넘어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하이브의 사업은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음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 영역과 레이블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음악 기반의 공연과 영상 콘텐츠, IP,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솔루션 영역, 위버스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구분된다.
지난해 11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게임사들의 축제인 '지스타 2022'에 직접 참가해 본격적인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자회사 하이브IM을 통해 게임 개발사인 플린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의 퍼블리싱(서비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플린트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도 단행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한 수익모델 다각화 행보다.
하이브는 2021년 수퍼톤에 40억원을 투자해 18.2%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난 1월 450억원을 추가로 투입, 총 56.1%의 지분을 확보했다. 수퍼톤의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술은 목소리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무한에 가까운 목소리를 생성해낼 수 있다.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과 김현식, 유재하, 임윤택, 터틀맨 등의 목소리를 재현해 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드라마 '카지노'에서 주연배우 최민식의 젊은 시절 목소리를 재현해내기도 했다.
하이브의 플랫폼 사업 핵심은 단연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다. 여기서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는 각종 아티스트 기념품(굿즈) 판매와 광고 등을 하는 글로벌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열었다. 또 지난해 3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V-Live) 사업부를 양수하였고 7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추가된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에스파 등 SM엔터테인먼트의 인기스타들도 이곳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종합 콘텐츠 플랫폼 지향하는 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모태격인 회사는 카카오가 2018년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멜론' 운영사이며 인기스타 아이유 소속사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를 시작으로 배우 레이블을 주로 인수했으며 스타쉽을 통해 걸그룹 아이브, 안테나를 통해 유재석 등도 확보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걸그룹 에스파 등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케이팝 시장을 주도하는 아이돌, 특히 4세대 대표 걸그룹 4개(아이브, 에스파, 르세라핌, 뉴진스) 중에 두 곳을 확보하면서 하이브(뉴진스, 르세라핌)와 함께 걸그룹 트렌드를 양분한 상태다
메가몬스터와 로고스필름, 영화사 월광 등 드라마·영화 제작사 또한 인수하면서 영상·음악 콘텐츠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 사업과 3각 함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구조는 미디어(배우·드라마), 뮤직(가수·음악), 스토리(웹툰·웹소설)로 구분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특장점은 웹툰·웹소설을 통해 확보한 IP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한다거나 여기에 들어갈 배우, OST를 부를 가수 등 모든 밸류체인을 망라하는데 있다. 가령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웹소설이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 클라쓰' 등은 드라마로서도 흥행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에 있는 어썸이엔티 소속 박서준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OST 발매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담당했다. 스토리 IP에서 드라마 제작, 배우 출연, OST까지 모두 카카오 손을 거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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