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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를 움직이는 사람들

김태호 COO가 만든 하이브만의 '성공방정식'

③아티스트 IP에 IT기술 접목, 팬경험 확장의 결정판 '더시티' 프로젝트 주역

이지혜 기자  2023-09-25 08:27:54

편집자주

'We believe in music'. 하이브를 관통하는 미션이다. 오직 음악으로 나이, 계층, 성별은 물론 국경까지 넘어 전세계에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K팝의 선두가 된 하이브의 다음 목표는 K팝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K팝이 아닌 팝 그 자체로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음악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런 비전을 실천하는 인물은 누굴까. 하이브의 야망과 이를 실천할 키맨을 조명해봤다.
2022년 4월 8일 저녁 8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밤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시내 20여곳의 대형 전광판이 일제히 방탄소년단의 공식색깔인 보라색과 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인 ‘보라해거스(BORAHAEGAS)’라는 문구를 띄우며 보라색으로 빛났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보랏빛은 그해 10월 부산도 물들이며 전세계 아미(ARMY)를 맞이했다.

그해 11월에는 일본의 오사카, 도쿄, 나고야가 오렌지빛과 함께 로즈쿼츠와 세레니티색으로 빛났다.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는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공식 색이다. BT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한국 부산을 물들였듯 글로벌 아이돌 스타로 거듭난 세븐틴이 일본의 밤을 물들인 것이다.

이른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였다. 더 시티는 콘서트 개최 전후로 도시 곳곳에 한 즐길거리를 마련하고 이벤트를 열어 팬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파크‘ 프로젝트다. 더 시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 그 도시는 해당 가수를 테마로 한 음식, 숙박, 이벤트 등 콘텐츠로 채워진다.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이 프로젝트의 리더로 꼽힌다. 김 COO는 하이브만의 성공방정식을 강조했는데 그 일부가 더 시티 프로젝트라는 말이다. 이런 성공방정식은 김 COO가 하이브의 음악과 아티스트에 IT기술을 더하는 등 남다른 시도를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빌리티부터 엔터, 마케팅부터 대표까지…‘폭 넓은 전문성’ 강점

2019년 상반기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를 영입했다. 빌리프랩은 CJ ENM과 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세운 연예기획사다. 빌리프랩이 김 COO와 하이브의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하이브에 합류한 그는 2021년까지 공식 직함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2019년 CSO로 하이브에 합류했지만 이듬해 김 COO의 공식직함은 최고성장책임자(CGO)가 됐고 2021년에는 위버스컴퍼니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하이브의 COO가 됐다. 3년 역할이 세 번 바뀌고 위버스컴퍼니 대표까지 겸직했던 것이다.


이는 김 COO가 하이브에서 단기간에 중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COO가 하이브에서 빠르게 능력을 인정받은 데는 미디어부터 모빌리티, 플랫폼 등 산업 영역 전반 걸쳐 폭넓은 전문성을 갖춘 덕분으로 보인다.

1974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어를 전공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공부한 그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은 1995년 엔터테인먼트 전문 홍보마케팅사 시네믹스 대표실장을 맡으면서다.

엔터업에서 약 5년간 경력을 쌓은 그는 2000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넷한겨레 콘텐츠사업팀장을 역임했고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마케팅센터장을 맡았다. 2009년에는 도모 주식회사와 케첨코리아,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이사를 지내고 미국 옴니콤 계열 한국 PR회사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부문까지 총괄했다.

김 COO의 능력은 갈수록 빛을 발했다. 2011년에는 현 네이버이자 당시 NHN에서 네이버서비스 2본부 부장을 지냈고 2013년 도모 주식회사의 부대표에 올랐다. 2016년에는 실시간으로 매칭되는 카풀 관련 스타트업 풀러스의 공동 창업자로서 대표를 지냈다.

엔터업계에 발을 들인 건 2018년 빌리프랩 대표를 맡으면서다. 딱 20년 만에 엔터업계에 다시 돌아온 셈이지만 감은 한층 예리해졌고 업계에 대한 통찰력, 전문성까지 갖춘 그는 거침없이 하이브의 수뇌부에 들었다.

◇IP에 IT 더한 ‘성공방정식’, 팬 경험 확장으로 위버스 강화

하이브의 C레벨 임원에 오른 그는 ‘성공방정식’을 강조했다. 하이브의 비전인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고 따라 올 수도 없는 하이브만의 독자적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6월 개최된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각기 다른 응원봉이 하이브의 응원봉 제어 시스템을 통해 같은 색상으로 빛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더 시티 프로젝트는 이런 측면에서 김 COO의 비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도시를 BTS라는 콘텐츠로 채워 콘서트 플레이 파크로 탈바꿈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티스트의 영향력, 팬의 충성도, 콘서트와 유통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 플랫폼 사업자로서 경험을 갖추지 않고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하이브 관계자는 “김 COO는 하이브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음악을 기반으로 팬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독자적 사업영역 구축을 강조해왔다”며 “하이브 합류 이후 레이블-솔루션-플랫폼 비즈니스 구조를 안착시키면서 공연과 유통, 플랫폼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했는데 대표적 사례가 더 시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김 COO가 더 시티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건 IT기술과 팬덤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밑바탕에 깔린 덕분이다. 김 COO는 K-Pop(K팝)뿐 아니라 K스테이지 자체가 하나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아티스트 IP와 공연 등에 IT기술을 적극 접목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올 6월 열린 위버스콘이다. 하이브는 이날 독자 개발한 응원봉 제어 시스템을 활용해 서로 다른 소속사, 각기 다른 아티스트의 응원봉이라도 일사분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무려 5개월에 걸쳐 개발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위버스콘은 물론 팬 미팅에도 적용돼 관객에게 하이브만의 팬경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온라인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오프라인 콘서트의 편의성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모바일로 미리 대기열을 등록해 알람으로 입장 순서를 알려주는 위버스 줄서기는 물론 위버스샵에서 아티스트 공식 상품을 팬들이 직접 꾸며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위버스 바이 팬즈 서비스를 선보였다.

덕분에 위버스콘이 열린 이틀 동안 위버스 앱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350만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입증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김 COO는 위버스컴퍼니 대표로 재직하며 위버스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협업구조를 갖추는 동시에 ‘온라인 콘서트’ 등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았다”며 “빌리프랩의 대표로서 엔하이픈을 글로벌 아티스트로 육성하며 글로벌 아티스트의 기획과 론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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