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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DB그룹 제조부문·지배구조 지탱하는 핵심 'DB하이텍'

②'파운드리 순항' NCF 10년만에 700억→7000억, 지주전환 좌우하는 존재감 증폭

박동우 기자  2023-10-26 15:46:25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DB그룹의 제조부문과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핵심기업은 'DB하이텍'이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 진출해 20년 동안 개척했다. 본업이 순항하며 영업현금흐름(NCF)이 10년 만에 7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불어나는 결실을 얻었다.

최근에는 지주사 전환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계열사로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DB하이텍 주가 등락이 최대주주인 DB아이엔씨(DB Inc.)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될 경우 DB아이엔씨가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집해야 하는 대목도 화두로 계속 거론됐다.

◇'시스템반도체 생산' 20년 개척 결실

DB하이텍은 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개척한 역사와 궤적을 함께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운드리 분야에 뛰어든 동부전자가 DB하이텍의 전신이다. 2000년대 아남반도체를 합병하고 2조원 넘는 실탄을 투입하면서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설비투자를 단행한 덕분에 2010년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영역에서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3년부터 시작된 그룹 구조조정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매각대상에 올라 현대차 협력사 IA, 중국기업 SMIC 등이 DB하이텍 인수를 협의하는 수순으로 이어졌으나 원매자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으며 불발됐다.

매각 무산 이후 DB하이텍은 그룹 제조부문을 책임지는 핵심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전자제품 전반에 탑재하는 전력반도체(PMIC), 스마트폰 카메라에 탑재하는 이미지센서 등을 둘러싼 수요가 한층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2014년을 기점으로 영업 적자를 벗어나 이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경기 호황 국면에서 DB하이텍 실적도 한층 확대됐다. 2021년과 2022년에 잇달아 매출이 1조원을 넘겼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선을 넘겼고 순이익률 역시 30%를 돌파했다. 본업이 순항하면서 영업현금흐름(NCF)도 대폭 늘었다. 2012년 680억원에 그쳤던 NCF는 작년에 748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10년 만에 11배 불어났다.

레버리지 지표도 극적으로 낮아졌다. 2014년 말 636.2%를 시현한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17%까지 하락했다. 2010년대 초반 8000억원에 육박하던 총차입금 역시 1000억원대로 줄었다. 자연스레 차입금의존도 역시 2014년 말 65.7%로 정점에 도달한 이래 계속 내려갔고 2023년 상반기 말에는 5.3%로 나타났다.

◇'주가 등락'에 달린 DB아이엔씨 지주요건

실적이 두터워지고 재무상태가 탄탄해졌지만 DB하이텍을 겨냥한 대주주 지배력은 늘지 못했다. 2014년 말 최대주주 동부씨엔아이(현 DB아이엔씨)와 특수관계인 주식까지 감안한 DB하이텍 지분율은 37.4%였다.


2015년 말 지분율은 19.09%로 하락했다. DB하이텍 주주로 이름을 올린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이 그룹 구조조정 여파로 계열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이 소유한 DB하이텍 주식은 전체의 17.82%에 불과하다.

낮은 지배력은 DB아이엔씨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와 맞물려 불안 요소로 계속 거론됐다. 지주사 전환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에 상장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 소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제18조와 결부되는 사안이다.


DB아이엔씨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율이 12.42%(551만2783주)에 그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30%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추가로 매집해야 하는 수량 780만3117주(17.58%)는 이달 25일 종가 5만1700원 기준으로 4034억원이다. 하지만 DB아이엔씨의 가용 실탄은 △2020년 말 95억원 △2022년 말 136억원 △2023년 상반기 말 493억원으로 열악한 상황을 드러냈다.

자금 동원력 한계를 감안하면 DB아이엔씨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회피하는 길을 모색하는 수 밖에 없다. 자산총계 대비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올해 6월30일 6만3100원을 기록한 DB하이텍 주가는 이달 들어 5만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자연스레 DB아이엔씨가 지주사 전환 기준을 벗어나는데 일조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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