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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금투, '밸류업' 발표하자마자 주가 20% 올랐다

'PB+IB' 성장 전략으로 ROE 10% 목표…신용도 'AA급' 상승도 기대

이정완 기자  2024-09-13 07:45:33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DB금융투자는 1988년 6월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지 40년에 가까워져 갑니다.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을까요? 상대적으로 투자자 관심이 덜한 증권업계에서도 유난히 저평가된 종목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0.2배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주가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즈니스를 기반 삼아 매년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던 2022년 초에는 주당 7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미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DB금융투자 주가 역시 덩달아 떨어지더니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4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지난 5일 4860원이던 주가가 6일 단숨에 20% 넘게 뛴 59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거래량 또한 5일 약 5만4000주에서 6일 800만주로 하루 만에 150배 늘었습니다.

시장 관심이 뜸하던 DB금융투자가 갑자기 주목 받은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5일 장 마감 후 발표한 '밸류업(Value-up)' 공시 덕입니다. 투자자도 다음날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호응한 셈이죠.

◇Industry & Event

DB금융투자는 장기간 시장 관심에서 소외돼 주가 저평가가 고착화된 상태라고 스스로를 평가했습니다. 주가상승률과 배당수익률을 합한 총주주수익률(TSR)을 지난 5년 반 동안 누적해 평균을 내보니 복리 기준 연 4.8%에 그쳤습니다.

현황 진단에는 자기 반성도 포함됐습니다. 시장 지위가 낮은 중소형사 중에서도 손익 변동성이 높은 회사로 인식돼 자기자본비용(COE)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강점 사업 영역이 부재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이 미약해 기대성장률도 저하됐습니다. IR(Investor Relations) 소통이 미흡하고 수급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주가 상승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DB금융투자 기업가치 제고 계획 요약(출처=DB금융투자)
DB금융투자 밸류업 최우선 과제는 TSR 끌어올리기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주주환원율 최소 40% 이상 유지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DB금융투자가 현 시점에서 ROE 10%를 발표한 이유도 있습니다. 부동산PF 부진으로 낮아진 ROE가 올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부동산PF와 WM(자산관리) 위탁에 편중된 사업 모델로 인해 한 쪽이 휘청이면 회사 전체 실적이 흔들리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2022년과 지난해 1% ROE를 기록한 것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 컸습니다.

하지만 전통IB(기업금융) 육성을 위해 'PB+IB' 연계 사업모델을 추진하면서 올해 반등 조짐이 드러났습니다. DB금융투자는 'PB+IB'를 통해 예탁자산이 늘었고 자회사인 DB자산운용은 그룹 보험 자산 운용 통합으로 운용자산(AUM) 규모가 커졌습니다. 연결 기준 고객자산은 지난해 말 55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96조원에 달합니다. 고객 자산이 확대됐으니 그만큼 앞으로 돈 벌 기대감도 늘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상반기 ROE는 6.4%로 확실히 전보다 높아졌습니다.
DB금융투자 주요 수익성 지표(출처=DB금융투자)
PB+IB 연계 사업모델은 중기 성장 전략 핵심이기도 합니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조직 및 프로세스 구축에 공을 들였습니다. 영업전략 및 기업분석 전담 본부는 물론 PIB 전담팀을 신설했습니다. 이제 내년부터는 IB 전문 증권사라는 평판을 확보해 PIB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량 회사채·공사채를 비롯 비상장주식, 외화표시자산 등 상품을 특화하겠다고 하네요.

당연히 주주환원책도 발표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순이익의 4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데 쓰겠다고 합니다. 현금 배당을 우선으로 자기주식 매입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기업가치 저평가가 지속되면 순이익의 4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주주 환원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현재 62%인 유통주식수는 2027년 말 50%까지 줄어들 예정입니다. 2027년에는 PBR 1배 수준으로 거래되는 게 목표입니다.

◇Market View

DB금융투자의 밸류업 공시 이후 특별히 나온 증권사 리포트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영증권에서 지난 9일 공개한 '밸류업 2차랠리 가능할까: 금투세와 밸류업 공시'에서 주가 상승 사례로 등장했습니다.

이달 말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수를 발표할 예정인데 지수 편입 시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공시를 한 DB금융투자가 급등세를 보였다"며 "연말 연초까지는 밸류업 관련주가 방어 수단이자 동시에 공격 수단이 될 전망이다"고 강조했습니다.

DB금융투자의 주가 상승은 금융당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11일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열린 토론’이 열렸는데요, 밸류업 계획을 알린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 상승세가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악화 우려로 증시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이지만 DB금융투자는 연초 대비 주가가 48%나 상승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주가 관리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장현일 경영지원실장(상무)에게도 예외는 아니겠죠. 장 실장은 2022년 12월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CFO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사내이사로 선임돼 밸류업 관련 핵심 의사결정에도 참여했습니다. 장 실장은 곽봉석 대표이사와 함께 유이한 사내이사입니다. DB금융투자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개최해 밸류업 후속 조치로 자기주식 취득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약 40억원을 들여 65만주를 사들일 계획인데요, 장 실장도 당연히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출처=THE CFO)
1971년생으로 수원 수성고,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대 초반 DB금융투자에 입사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주로 기획 업무를 경험했는데요, 2009년 종합기획팀 팀장으로 일하다 이후 상품전략팀, 리스크관리팀을 거쳐 2012년 다시 종합기획팀으로 돌아옵니다. 2016년 기획관리본부장을 맡아 CFO 업무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밸류업 전략을 알린 배경이 궁금해 장 실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습니다. 홍보 조직을 통해 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 실장은 "회사 성장 전략에 대한 경영진과 그룹 차원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성장을 위해선 시장 내 평가와 위상을 제고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DB금융투자의 '밸류업'은 단순히 주주 가치 제고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 실장은 "신용등급 상향, 브랜드 가치 향상 등 전반적인 위상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A+, 안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신용등급이 AA급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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