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DB손해보험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DB손해보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다른 업권이 그렇듯 국내 보험사들 역시 한정된 내수 시장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고민은 이미 현실화한 지 오래다. 국내 보험사들의 성장 지표는 과거와 비교해 뚜렷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다만 DB손해보험만큼은 다른 보험사들보다는 이런 우려에서 조금은 자유롭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을 개척해 몇몇 시장에선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발빠른 선진 시장 공략 국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에 이른다. 1인당 보험가입률도 95%를 웃돈다. 들 사람은 모두 보험에 들었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에게 해외 진출이 돌파구로 여겨진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보험업 특유의 한계로 해외 시장 개척은 쉽지 않았다. 업권 특성상 상품계약이 장기이고 판매채널 인프라, 보상 서비스망 등의 구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사 CEO가 해외 사업에 대한 장기 비전을 가지고 일관된 전략을 추진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DB손해보험은 예외다. 해외 진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고 현재는 국내 화재보험사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력인 보장성보험을 앞세워 미주와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가장 주력한 곳은 미국이다. DB손해보험은 1984년 미국령 괌에 지점을 개설하며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전신은 1974년 설립한 보험공사다.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괌에 거점을 만들어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 괌과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 4개 해외지점을 설치해 활발하게 상품영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에 차례로 사무소를 개설하며 현지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향후 지속적인 투자와 현지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수입보험료 꾸준히 증가…커지는 존재감 DB손해보험의 해외 보험수익(수입보험료)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의 추세를 살펴보면 2021년 3317억원에서 2022년 4440억원, 2023년 다시 5475억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증가율이 2021~2022년 33.8%, 2022~2023년 23.3%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6%대에 그쳤다는 점을 볼 때 해외 사업이 확실한 돌파구가 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 2.2%, 2022년 2.8%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3.2%로 다시 높아졌다. 아직은 절대적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상품 판매 규모가 커지면서 보험수익이 늘어난 반면 투입되는 비용은 매년 절감되면서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운용하는 등 비용 절감요소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의 경우 일시적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부턴 다시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은 해외 보험비용으로 무려 1조2332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른 영업손실은 6622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의 영향이다. 대형 화재로 대부분 주택 등이 전소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고 DB손해보험의 보상액 규모도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 해외에서 보험 영업이익 1018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30%에 이른다. 취급하는 상품 종류도 매년 늘려나가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주택화재보험 등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