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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그룹 금융부문 지배구조 중추 'DB손해보험'

⑤'생보·금투·캐피탈' 자회사로 둬, 법적 '지주사' 재편 가능성 희박

박동우 기자  2023-10-31 15:47:29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DB손해보험은 그룹 금융부문 지배구조의 중추에 자리잡은 기업이다. 생명보험, 금융투자, 캐피탈 등 굵직한 계열사를 자회사로 거느렸다. 최근에는 자산운용 지분도 시중은행으로부터 인수했다.

하지만 DB손해보험이 법적인 금융지주사로 재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비금융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유사시 제조부문 계열사를 지원하기 여의치 않게 된다. DB아이엔씨의 지주사 요건 충족을 회피하는데 DB손해보험이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목도 영향을 끼쳤다.

◇'9.01%' 김남호 회장 최대주주

DB손해보험은 그룹에 포진한 주요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캐피탈(93.57%) △생명보험(82.92%) △금융투자(25.08%) 등의 주식을 보유한 대목이 방증한다. 이달에는 375억원을 투입해 신한·기업·하나·부산·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보유하던 DB자산운용 지분 44.67%도 취득키로 결정했다.


현재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오너 2세' 김남호 회장으로 지분 9.01%(637만9520주)를 확보했다. 김준기 창업회장(5.94%), 동생 김주원 부회장(3.15%), DB김준기문화재단(5%) 등 특수관계자들이 가진 주식까지 감안한 지분율은 23.12%(1636만5492주)다. '창업주 일가→DB손해보험→주요 금융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한때 그룹 경영진은 DB손해보험을 금융지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2012년에 거론된 '동부화재금융지주 설립안'이 대표적이다.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를 인적분할해 지주사를 설립하고 지주의 자회사로 화재, 생명, 증권(현 DB금융투자)을 두는데 방점을 찍었다.

2012년 금융 계열사들의 DB생명보험 지분을 DB손해보험에서 매입한 배경과도 맞물린다. 여세를 몰아 동부씨엔아이, 동부제철, 동부증권이 가진 주식도 사들였다. 2011년 말 39.4%에 그쳤던 DB손해보험의 DB생명보험 지분율은 2013년 말 92.7%까지 상승했다.

2015년 상반기에 동부캐피탈(현 DB캐피탈)을 인수하는 국면에서도 DB손해보험은 '지주사' 의제를 거론했다. 당시 128억원을 투입해 동부제철 등이 보유하던 동부캐피탈 지분 50.02%를 매입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뒀다"고 대외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DB손해보험의 지주사 출범 구상은 이행되지 않았다.

◇'DB하이텍 지분매입' 시나리오 유효

DB손해보험이 지주사 전환을 택하지 않은 배경으로 비금융 계열사를 겨냥한 재무적 조력에 제약을 받는 대목이 거론된다. 금융지주회사법 제6조의3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금융기업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한다. 과거 DB손해보험은 그룹 구조조정 국면에서 DB하이텍, 동부제철 등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실탄을 대줬다.


DB아이엔씨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될 여지를 차단하는 시나리오 역시 DB손해보험의 금융지주 재편 필요성을 낮췄다. DB아이엔씨의 지주사 지정 요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의 평가가치다. DB아이엔씨가 자산총계 대비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을 50% 아래로 끌어내리면 지주사 전환 대상에서 벗어난다.

총자산과 견줘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 비율을 하향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DB손해보험의 DB하이텍 지분 매입'이다. 2023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 지분 12.42%(551만2783주)를 갖고 있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비금융기업 지분을 15%까지 소유할 수 있다. DB아이엔씨가 갖고 있는 DB하이텍 주식을 일부만 사들여도 DB아이엔씨의 지주 전환 여지를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다. 다만 지분을 실제 매입하면 금융당국의 엄격한 모니터링을 감내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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