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가 '약식명령' 때문에 DB저축은행 경영권 매각 이슈에 휩싸였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금융사 대주주가 20년 전 행한 경미한 위법 사항으로 대주주 적격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부분이다.
현재까지 DB금융투자는 DB저축은행을 경영권을 매각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또 금융당국이 내린 DB저축은행 지분 처분명령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상태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지분 매각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24년 전 차명주식 매입, 자신신고+사후조치에도 도마에
DB금융투자는 올해 3분기보고서를 통해 금융위원회로부터 DB저축은행 보유지분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통보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대주주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지난 2021년 1억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사안에 대해 상호저축은행법에 근거해 금융당국이 내린 후속조치다.
해당 사안은 2000년 초 그룹 계열사의 주가 급락하자 당시 재계의 관행에 따라 김 창업회장이 차명으로 동부건설 등 일부 계열사 주식을 4.22% 취득한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김 창업회장 등은 비록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으나 차명 주식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2011년경 국세청에 이를 자신신고했다. 이어 관련 세금 납부도 마무리했다.
또 해당 물량은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을 고려해 2012년부터 약 4년 간 분산 매각을 진행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 창업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한 데 대한 정정공시를 누락했다.
이후 김 창업회장은 금융관련법령 위반을 이유로 2021년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1억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미한 사안으로 보이나 법적 분쟁 돌입… 장기화 불가피
다만 금융위원회는 관련 판결 이후 김 창업회장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부적격한 기업집단 동일인이라 보고 규제에 나섰다. 이어 김 창업회장이 보유한 DB저축은행 지분은 물론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DB금융투자, DB김준기문화재단, DB하이텍 등에서 보유한 지분 85.22% 중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횡령이나 배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대주주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기업집단 동일인에 대한 적격 여부를 규제한다. 대주주나 금융기관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그들의 적격성을 철저히 심사하는 게 해당 규제의 취지다.
통상 금융감독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을 규제하는 중대범죄를 △위반에 해당하는 주식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인지 △다른 법규위반과 관련이 있는지 △의결·경영권 분쟁소지가 있는지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최대주주가 보고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으로 따진다.
현재까지 나타난 사실과 판결을 종합하면 앞서 김 창업회장의 차명 주식 확보와 자진신고 그리고 정정공시 누락은 경미한 사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와 무관하게 이 사안을 금융지배구조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으로 해석했고 김 창업회장을 넘어 계열사가 보유한 금융사 지분까지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건의 경우 차명주식 취득 시점으로부터 관련 처분이 내려지기까지 24년, 공시의무 위반 시점으로부터 이미 8년이 지난 것도 지켜볼 사안이다. 또 김 창업회장 등이 자진신고를 통해 사후 조치까지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DB저축은행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당국의 규제가 내려졌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처분은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이 인용돼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며 본안 소송을 앞두고 있다"며 "경미성을 인정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며 DB저축은행의 경영권을 매각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으며 행정 소송을 통해 충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