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기업의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제약사 한독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0년 4만5000원에 육박했던 한독 주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연중 최저점'인 1만1600원까지 내렸다. 지분투자로 성장 잠재력을 어필하고 배당을 지급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전략 외에도 주가 부양책을 추가로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최근 한독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에 주안점을 맞춰 사업개발실에서 근무할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IR(Investors Relations)로 주가 부양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과 정보 제공 방식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3년새 하락 거듭 '4만원→1만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한독의 이달 26일 종가는 1만1600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1월18일 1만7850원과 견줘보면 35% 하락했다. 최근 3년새 가장 높은 종가였던 2020년 8월5일 4만850원과 비교하면 71.6% 내렸다.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한독은 배당을 꾸준히 집행해 왔다. 별도기준 30% 이상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총액 비율)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설정했다. 2018년 이래 5년간 221억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올해 2월에도 55억원을 들여 주당 400원씩 지급키로 결정했다.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지분 투자에 집중하는 기조 역시 주가 우상향을 견인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과 맞물렸다. 2013년 제넥신에 290억원을 집행하고 2016년 일본 의약품 원료 기업 테라벨류즈(Theravalues)에 213억원을 투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이래 지난해까지 종속·관계기업 주식을 취득하는데 한독이 투입한 실탄은 754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133억원을 투자했는데 작년 같은 기간 38억원과 견줘보면 3.5배 늘어난 금액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한 신생기업 닥터다이어리의 지분 3.2%를 사들이는데 20억원을 집행하고 이노헬스펀드 1호를 겨냥해 5억원을 출자했다.
◇재무관리실과 협조체계, 실적발표회 기획 주가 부진을 타개하려는 시도는 한독이 IR을 수행할 인력을 충원하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한독은 최근 사업개발실에서 근무할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업무 분장을 살피면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행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주안점을 맞춘 대목이 돋보인다.
새로 합류하는 인물은 투자자와 소통하는 행사를 기획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실적 발표회 △국내외 NDR(Non-Deal Roadshow) △주주총회 등이 거론된다. 정보 제공 수준과 범위가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IR 자료를 준비하는 과업까지 주어졌다. 주식시장과 산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역할도 사업개발실의 몫이다.
사업개발실 조직 본연의 취지에 부합해 인수·합병(M&A), 합작기업(조인트벤처) 설립 등의 기회를 발굴하는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신사업을 계속 탐색해 회사 성장 잠재력을 어필하는 게 주가 부양의 관건이라는 경영진 인식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한독은 외부 연구기관, 바이오 벤처와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강조해 왔다.
IR 수행에 관건이 되는 기업 경영정보를 가공하기 위해 사내 재무관리실과 긴밀하게 협조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독 재무관리실을 총괄하는 인물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이현철 전무다.
이 CFO는 1968년생으로 1992년 시티은행 입사를 계기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 북미법인 파이낸스팀 △두산 CFO그룹 △한양 경영지원본부 △대림산업 등을 거치며 재경 업무에 주력했다. 2019년 9월 한독 CFO로 합류한 이래 4년째 자금 조달과 회계 등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