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 제넥신은 한독이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도록 물꼬를 터줬다. 의약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로 외연을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독은 제넥신을 겨냥해 지금까지 460억원을 투자했다.
보유한 지분을 일부 매도해 400억원을 회수하는 결실도 맺었다. 하지만 R&D 관점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성장호르몬 치료 후보물질을 연구해 기술 수출하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10년 넘게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330억 투자' 최대주주 등극 제넥신은 1999년에 성영철 포항공과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설립 초기에는 디옥시리보핵산(DNA) 백신 개발에 전념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B·C형 간염 등의 예방을 목표로 설정하고 연구에 매진했다.
한독이 제넥신을 투자 대상으로 주목한 건 2012년이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지분 합작관계를 청산한 이래 경영 전략을 다시 정립하던 시기였다. 의약품 제조·판매 본업에 국한하지 않고 치료제 연구·개발(R&D)까지 사업 외연을 넓힐 필요성을 인식했다.
유망한 회사를 찾아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방안이 자체 R&D와 견줘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협력에 적격인 상대로 제넥신이 부각됐다. 앞서 한독은 2008년 12월 제넥신의 유상증자에 동참해 전환우선주(CPS) 6만2500주를 20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 제넥신은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한독 경영진은 제넥신을 의약품 제조사들과 활발히 협력하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녹십자와 빈혈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고 동아제약과 불임 치료제 공동 연구·판매 계약을 맺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레 제넥신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신약 연구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2012년 9월에 330억원을 투자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163억원을 들여 신주를 취득했고 167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매입했다. 2014년 3월에 전환권을 행사해 CB 물량을 모두 주식으로 바꿨다. 한독은 지분 30.36%(222만4500주)를 보유하면서 제넥신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2016년 3월에는 무상증자 덕분에 소유 주식이 444만9000주까지 불어났다.
◇'GX-H9' 기술수출 지향점, 추가 자금지원 한독은 투자를 연결고리 삼아 제넥신과 R&D의 시동을 걸었다. 2012년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후보물질 'GX-H9'을 함께 개발하며 첫 발을 뗐다. R&D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관심은 제넥신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2013년 초 1만8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2015년 14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주가 우상향은 투자 차익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였다. 2016년 7월에 8195주를 매도해 5억원을 확보했다. 여세를 몰아 2017년 12월에는 54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274억원을 얻었다. 이어 2018년 2월 11만9788주를 팔아 111억원을 벌어들였다.
한독은 세 차례에 걸쳐 제넥신 주식을 팔아 390억원을 회수하는 결실을 얻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잔여 물량은 604만8534주(14.57%)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제넥신 주가는 1만원 아래로 내려간 실정이다. 이달 1일 종가 8090원을 적용하면 남은 보유지분 평가액은 489억원이다.
하지만 한독은 제넥신 주식을 추가로 팔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GX-H9의 상업화 성과를 아직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독은 GX-H9을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 밑그림을 그려놨다. 라이선스 아웃을 계기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확보하는 권리를 갖고 있어서다.
GX-H9을 겨냥한 임상이 순조롭게 진척될 수 있도록 한독은 올해 1월 제넥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28억원을 대줬다. 덕분에 제넥신은 올해 3상까지 마치고 최종 시험결과 발표만 남겨뒀다. 중국 정부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는 대로 상업화에 나서는 로드맵을 설계한 만큼 한독의 수익 창출에 기여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