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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메자닌 풋옵션도 부채? 제넥신, '감사보고서' 정정 사연은

명목상 자본→계약조건 검토 후 '부채' 감사 의견…"상환 횡행 바이오 섹터 현실 반영"

최은수 기자  2024-01-10 10:09:32
제넥신이 최근 2년치 감사보고서를 정정하면서 부채가 늘었다. 늘어난 규모보다 정정케 된 계기가 주목된다. '자회사 메자닌 풋옵션'이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서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메자닌 발행은 '증자'다. 자회사의 메자닌 발행도 부채가 아닌 자본확충인데 '풋옵션 계약 조건'이 모회사 부채를 늘려버린 셈이다. 자회사 풋옵션이 바이오텍 재무건전성 악화를 이끄는 숨겨진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단 의미에서 관심이 몰린다.

◇신규 감사인 "제넥신 종속자회사 메자닌 풋옵션 계약, 조건에 따라 부채로 봐야"

제넥신이 2021년과 2022년도 감사보고서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약 35억원 규모로 자본이 감소하는 대신 부채는 늘었다. 새롭게 제넥신 감사인이 된 삼정KPMG가 종속기업(자회사) 에스엘포젠이 단행한 지분투자 과정에서 부여된 풋옵션을 '자본'에서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기존에 감사를 단행한 대성삼경도 이를 수용했다.


제넥신은 한국국제회계기준(K-IFRS)을 채택하고 있다.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왔단 뜻이다. 이 기준에 따라 새로운 감사인이 된 삼정KPMG는 자회사의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투자자 측과 체결한 풋옵션 즉 채권 만기일 이전에 조기상환을 청구할 권리를 계약에 입각해 '부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넥신의 자본총계는 약 2800억원에 2773억원으로, 부채총계는 약 1136억원에서 1174억원으로 바뀌었다. 풋옵션 판단으로 회계 계정이 조정됐지만 재무상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작년 초 유상증자로 85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터라 기존 자본이었던 자회사 풋옵션을 부채로 인식한 데 따른 재무적 타격 역시 미미한 편이다.

코스닥 상장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 역시 제넥신은 2022년 기준 9.3%에서 9.4%로 미세한 조정만 있었을 뿐이다. 법차손 비율은 코스닥 기업의 상장 유지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고 직전 3개 사업연도에서 2번 이상 법차손 비율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제넥신 관계자는 "기존 및 신규 감사인이 자회사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부여된 풋옵션 관련 의견을 합치한 결과로 부채 및 자본 관련 지표를 일부 정정한 게 맞는다"며 "이같은 회계 처리 변경에 따라 매출액 및 손익구조가 변경된 점도 함께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유동성 여력 취약한 타 바이오텍에 이슈 가능성도

다만 바이오텍 자회사의 메자닌에 대한 감사인의 판단 변화가 제넥신 한 곳만의 사례일지에 대해선 관심가질만 하다. K-IFRS를 채택한 바이오텍이면 얼마든지 앞서 에스엘포젠 사례처럼 자회사의 메자닌 풋옵션 리스크가 모회사인 바이오텍에까지 전이될 수 있다.

제넥신은 그간 적극적인 자본확충과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의 차익 실현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이번 부채 재분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배경이다. 그러나 제넥신과 달리 재무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바이오벤처들은 '자회사 메자닌 풋옵션에 대한 판단 변화'라는 작은 유탄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임상단계를 진척하고 R&D 비용 지출을 늘려온 바이오텍일수록 법차손 비율에 대한 대응과 고민이 큰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2018년 금융감독원의 규제에 따라 회계처리 시 자산화했던 R&D 투자액을 비용화하게 된 여파도 있다. 당장 자본확충이나 자산재분류에 나서 간신히 요건을 충족하고 재무 급한불을 끈 바이오텍도 적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간신히 법차손 요건을 충족한 바이오텍에 이같은 판단 변화에 따른 부채 증가 리스크가 갑자기 더해지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겨버릴 우려도 있다"며 "앞서 감사인의 풋옵션에 대한 판단 변화는 상장 바이오텍에서도 메자닌 상환 사례가 속출했던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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