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공모채 주관사 도움을 받아 조달 전략을 다변화했다. 공모채 차환 물량 이상으로 신종자본증권 투자 수요를 확보해 현금창출력을 초과하는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하면서, 차입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는 효과를 누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9일 2000억원 규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64회)을 사모로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자금(591억원)과 채무상환자금(1409억원)으로 쓴다. 만기는 30년이지만, 금리 상향 조정 조건(스텝업)은 발행일로부터 3년 뒤(2026년 9월)에 발동한다. 표면이자율은 7.603%(3개월 후급)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윤광복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아라미드(방향족 폴리아미드 섬유)·수분제어장치 증설 투자 등에 들어갈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코오롱인터스트리는 지난해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다. 영업활동현금흐름만으로 CAPEX와 배당 지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 올 상반기 별도 기준 FCF는 마이너스(-)623억원, 연결 기준 FCF는 -553억원이다.
비축해 둔 유동성은 자회사에 분산돼 있었다. 올 상반기 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495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1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공모채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윤 부사장의 조력자로 나섰다. 세 증권사는 2021년 코오롱인더스트리 61회 공모채(750억원, 만기 3년, 연 이자율 1.954%) 대표 주관사였다.
윤 부사장은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시설자금과 차환자금을 한꺼번에 마련했다. 자본성 조달 자금으로 부채성 조달 자금을 상환해 재무건전성도 개선한다. 올 상반기 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18%다.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액(2000억원)은 그동안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발행한 회사채보다 규모가 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0년 윤 부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부임한 뒤 단일 회차당 1000억원 이하로 공·사모채를 발행했다.
윤 부사장은 투자 수요를 고려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결정했다.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530억원을 책임졌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500억원, 20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는 △큐브인더(300억원) △키스에스에프제이십일차(270억원) △유진투자증권(100억원) △케이아이브리드제일차(100억원) 등이 나눠서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코오롱인더스트리 56회 공모채(1300억원) 대표 주관사로 선정돼 운영자금·차환자금 마련을 도왔다. 2021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코오롱인더스트리 공모채 대표 주관사에 합류했다. NH투자증권은 2013년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1000억원) 대표 주관사, KB증권은 2017년 공모채 공동 주관사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납입 직후 증설 투자금을 증액했다. 지난 26일 기존 2369억원이었던 구미 아라미드 생산 공장 라인 증설 투자 규모를 2989억원으로 조정했다. 올해 말까지 투자가 끝나면 연산 7500톤이던 생산능력(CAPA)이 1만5310톤으로 증가한다. 5G 케이블·초고성능 타이어용 아라미드 수요 증가 대비해 2021년 6월부터 집행한 투자다.
차환자금도 쌓아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납입금으로 유동성 사채인 61회 공모채(750억원) 외에 단기차입금을 상환한다. 단기성 차입금을 갚아 총차입금을 줄이면서, 단기차입금 위주였던 차입 구성도 바꾼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이자율 가산을 피하려면 2026년 9월에 조기 상환을 준비해야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어든 지난해 단기차입금을 늘려 차입 만기 구조가 단기화됐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 잔액은 전년 대비 3991억원 순증한 1조3882억원이다. 그해 장기차입금을 일부 상환해 총차입금 순증액은 2959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잔액은 1조4303억원이다. 총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50%에서 올 상반기 말 60%로 10%포인트(p) 증가했다. 장기차입금 비중은 27%(6393억원), 사채 비중은 13%(2979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