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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 '사모 신종자본증권' 두마리 토끼 잡는다

2000억 '차환·투자' 투입…단기차입 비중 75% 상회, '만기 장기화+자본 확충' 효과

윤진현 기자  2023-09-21 15:08:38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사모 형태로 발행했다. 자본성 증권은 통상 AA급 이상의 발행사가 찍는다. 싱글A등급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입장에서는 시장성 조달 대신 사모 형태가 안정성이 높았다.

유입 자금은 차환과 시설 투자 용도로 활용한다. 올 3분기에만 장단기차입금 1435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30년 만기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차입금 차환에 나서 만기구조 장기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약 75%로 높은 편이다. 단기 사모채와 은행 차입에 집중해온 영향이다. 이에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안정적 차입여건 형성과 자본 확충,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사모채·은행차입 대신 사모 신종자본증권 '선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19일 사모 형태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20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표면만기 30년에 발행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콜옵션은 통상적으로 5년이지만 3년이라는 점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총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은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금액을 나눠 인수했다. 더불어 키스에스에프제이십일차, 큐브인더, 케이아이브리드제일차 등의 투자자로 참여했다.

표면이자율은 7.603%로 확정됐다. 앞서 싱글A급인 BNK투자증권의 경우 7.036%의 표면금리로 발행을 마무리한 바 있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로 투자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본성 증권은 AA등급 발행사를 위주로 발행해 왔다. A등급의 경우 소규모가 대부분"이라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A등급으로서 대규모 조달에 성공했다는 점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종 산업자재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타이어코드, 석유수지, 필름, 의류 등을 국내외 고객사에 판매하며 연간 4조~4조5000억원의 매출액과 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1년 마지막 공모채 발행 후 사모채와 은행 차입을 주로 진행했다. 올해 5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총 1189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해당 사모채는 차환과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발행했다.
출처: 코오롱인더스트리 반기보고서
◇만기 늘리고, 자본 확충 '일석이조'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증권이다. 채권임에도 만기가 30년 이상인 장기물이기에 재무제표 상에서 자본으로 분류된다. 은행, 보험사 등 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여력(RBC) 비율에 민감한 기업이 주로 발행을 시도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의 일부는 차환 용도로, 나머지는 시설자금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435억원, 3875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까지 은행 차입과 같이 단기성 차입에 집중해온 결과 단기 자금의 비중이 커졌다. 올 6월 연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1조8589억원이었다. 총차입금(2조4671억원)의 75.3%에 해당한다.

특히 신사업 창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3316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냈다. 시설장비와 공장 증설 등에 2943억원의 자본적 지출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과 자본확충 두 가지를 과제를 해결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다지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규모 투자를 늘리면서 신용평가사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재무안정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차입금 의존도 △EBIT/매출액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등을 등급 조정 트리거로 제시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산업자재 등 주력 사업의 수급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성 추이와 차입부담 상승 수준, 영업실적 추이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향후 제반사업과 재무안정성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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