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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1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입해 인천 송도에 제2 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미래 대규모 투자의 선결과제로 '차입금 상환 로드맵 이행'이 떠올랐다.
나중에 투자금을 집행해야 할 국면에서 빚을 갚는데 급급하면 제2 바이오캠퍼스 구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부채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경영진은 올해 차입금을 5000억원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반년 만에 부채비율을 20%포인트 낮추는 결실도 얻었다.
◇자금여력 탄탄할 때 선제대응, 상반기 1200억 갚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공장을 건립하는 등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집중하면서 외부에서 끌어다 쓴 실탄은 최근 4년새 계속 늘었다. 2019년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6537억원에 그쳤으나 2021년 들어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말에는 1조6703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레버리지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단기성차입 비중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 말 총차입금 1조2899억원 가운데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인 잔액이 1667억원으로 12.9%에 그쳤다. 지난해 말 단기성차입은 659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체 차입금의 39.5%를 차지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동중 경영지원센터장을 위시한 경영진은 불어나는 차입금을 감축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2032년까지 최대 7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조성 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판단했다. 자금여력이 충분한 시기에 선제적으로 금융기관 대출금, 회사채 등을 갚아야 한다는 기조를 설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입금 상환 계획을 세웠다. 2023년에 5180억원을 갚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가 출범한 2011년 이후 수립한 연간 목표치 가운데 단연 많은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회사채 400억원 △단기차입금 500억원 △장기차입금 428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로드맵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차입금 1160억원을 갚았다. 4월에 만기가 도래한 400억원어치 사모채를 차환하지 않고 보유 현금으로 오롯이 상환했다. 2018년에 금리 3.53%를 책정해 발행한 5년물 회사채였다. 여세를 몰아 우리은행에서 빌렸던 외화 자금(이자율 6.68%)도 760억원이나 갚았다.
◇재무건전성 지표개선, 반년새 총차입금 '1.7조→1.5조' 상환 노력과 맞물려 올해 상반기에 신규 대출을 하지 않고 회사채도 발행하지 않은 영향이 작용하면서 총차입금이 줄어드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23년 6월 말 1조496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작년 말 1조6703억원과 견줘보면 1735억원(10.4%) 감소했다.
차입금 감축과 지난해 3조원대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 확충 효과가 함께 맞물리면서 재무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성과도 구현했다. 개별기준 부채비율이 2022년 말 66.7%에서 올해 6월 말 48.6%로 반년새 18.1%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부채비율 역시 84.6%에서 68.6%로 16%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에 3·5년물로 발행했던 5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둘러싼 사채관리계약에 명시된 이행사항을 충족하는 수치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300%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이 사채관리약정의 골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부채 감축 기조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앞으로 1조1494억원을 상환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단기차입금 500억원, 장기차입금 3900억원 등 4400억원을 갚는다.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에는 3800억원 규모 공모채를 포함해 5894억원을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