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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안고 쉼없이 전진해 왔다.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데 기여한 건 자금확보 전략이었다.
조달방안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건 유상증자를 통한 에쿼티 조달이다. 2011년 설립 이래 12년간 외부에서 조달한 실탄 9조원 가운데 6조원이 유증으로 얻은 금액이다. 특히 2016년 기업공개(IPO)와 2022년 자본 확충은 조 단위 거액을 단번에 확보한 사례다. 두번의 증자는 생산능력(캐파)을 대폭 확충하고 실적을 신장하는 '퀀텀점프' 계기를 마련했다.
◇누적 외부조달액 9조 중 64% '자본확충'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이 미래 명운을 걸고 설립한 회사다. 2009년에 일찌감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신수종 사업으로 낙점한 대목이 방증한다. 이후 미국 기업 퀀타일즈(Quintiles)를 끌어들여 2011년에 합작법인으로 닻을 올렸다.
출범 이래 재무전략 이행성과를 복기하면서 눈여겨볼 키워드가 증자다. 창사 원년인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외부에서 확보한 금액 9조1564억원 가운데 자본(에쿼티)으로 조달한 실탄이 5조8627억원이다. 전체의 64%를 구성하는 규모다.
세계 3대 CDMO 기업의 반열에 올라서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의 지향점이었다. 자연스레 캐파를 갖추는 과제가 부각됐고 공장을 조성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설립 초창기에는 당장 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웠고 자체 현금 창출이 여의치 않았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주로 참여한 그룹 계열사들의 조력이 불가피했다. 2011년 이래 2015년까지 기존 주주들의 출자에 힘입어 유입된 현금이 1조1776억원로 같은 기간 전체 외부 조달액 2조1804억원의 54%를 차지했다. 이때 보강한 유동성은 연간 3만리터 캐파를 갖춘 1공장을 시작으로 2공장(15만리터)까지 속속 완공하는데 도움이 됐다.
설비투자(CAPEX)는 계속 이어졌고 2015년 하반기에 18만리터 용량의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3공장을 짓는 계획을 수립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동중 경영지원실장은 증설 추진과 맞물려 거액을 확보하기 위해 IPO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김 실장은 "주주사 증자만으로 설비 증설자금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며 "2016년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공개 언급했다.
◇생산능력 증대, 연결실적 급증 기반 IPO로 시설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선택은 대성공을 거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코스피에 입성했다. 공모 금액 2조2496억원 가운데 삼성전자의 구주매출분 7499억원 등을 제외한 1조4843억원이 유입됐다.
7400억원이 3공장을 건립하는데 쓰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캐파는 2016년 말 18만리터였으나 2017년 11월 3공장 완공을 계기로 36만리터까지 불어났다.
상장 이후 한동안 증자 없이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차입으로 필요 자금을 충당했다. 자본 확충 방안을 다시 꺼내든 건 작년이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진행했는데 3조2008억원이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1조2168억원을, 삼성전자가 8821억원을 출자했다.
증자대금을 포함해 2조7655억원을 들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매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업체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JV)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잔뼈가 굵은 회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상 분류는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달라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기준 실적은 대폭 늘었다. 매출이 2021년 1조5680억원에서 2022년 3조12억원으로 2배 가깝게 급증한 대목이 방증한다.
유증으로 들어온 자금은 지분 취득 외에도 25만6000리터 용량을 갖춘 4공장 조성 프로젝트에 활용했다.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세계 의약품 위탁생산(CMO) 물량의 30%를 소화하는 회사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