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고지를 넘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몰린다.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가 매출을 일으키는 점을 고려하면 '넥스트'를 신약으로 점찍었던 사업 전략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개발에도 집중하기 위한 키워드는 'ADC'가 꼽힌다. 1000억원 이상 쌓은 현금 곳간을 활용하면 관련 기업 투자나 공동개발 등 어떤 형태로든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2년 만에 매출 1조 성장 "삼성그룹의 넥스트를 꿈꿀 때가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밝힌 연간 누적 잠정실적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1조203억원, 영업이익 20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1% 감소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건 이번이 최초로 2019년 흑자 전환 후 4년 만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에 중점을 둔 결과다. 보유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6종(엔브렐, 레미케이드, 휴미라, 허셉틴, 아바스틴, 루센티스)이 모두 상업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매출 성장 가도에 올라섰다.
자연스럽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차후 행보가 바이오시밀러 이후의 전략 구축으로 귀결되는 배경이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업계의 평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제품 특허가 만료되고 환자 접근성이 개선되며 시장도 커졌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화됐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로 앞서 성장한 셀트리온이 혁신신약 개발을 선언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것도 위의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셀트리온은 올해 10개 신약물질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지난해 복귀 후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매출 비중을 6대4로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00억대 현금성자산 확보, 넥스트 스텝 'ADC' 신약 개발 바이오시밀러로 성장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다음 스텝은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 개발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주요 ADC 기업 지분투자와 플랫폼 공동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시밀러를 기반으로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자체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어'로서 추가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 ADC라는 뜻이다.
지난해 12월엔 국내 바이오 기업 인투셀과 ADC 분야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인투셀은 고유 링커와 약물 기술을 제공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5개 항암 타깃에 대한 ADC 물질을 제조해 특성을 평가한다.
작년 들어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조성해 국내외 바이오 벤처 기업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위스 ADC 기술 개발사 아라리스 바이오텍, 국내 ADC개발사 에임드바이오 등에 투자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투자의 개념이다. 그럼에도 간접투자에서까지 ADC에 무게를 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지'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같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는 셀트리온의 행보도 ADC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셀트리온은 ADC 전문기업 익수다테라퓨틱스와 피노바이오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최근엔 중국 CDMO 기업인 우시와 ADC 신약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ADC에 대한 셀트리온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바이오시밀러로 자리를 잡은 셀트리온이 결국 ADC를 향해 나아간 점을 복기하는 것으로도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선 넥스트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래 유망기술을 탐색하고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부분에 있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