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간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왔다. 주요 계열사 상당수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은 자금을 썼는데 특히 한화와 한화솔루션의 지출이 컸다. 그룹 전반전인 차입 확대가 불가피했던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말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총 차입금은 23조7828억원으로 계산된다. 금융 계열사들을 제외하고 한화(한화건설 포함)와 한화솔루션(연결), 한화에너지(연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연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여천NCC, 한화토탈에너지스(연결) 차입금을 합산한 수치다. 합작법인인 여천NCC와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지분율에 따라 50%만 반영했다.
2018년만 해도 해당 기업들의 총 차입금이 15조5000억원 규모였는데 5년 만에 8조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약 11조원에서 17조원으로 확대됐다. 차입이 확대된 이유를 짚어보면 현금창출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운전자본 부담과 투자활동이 있다.
7개 회사들의 합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18년 3조2500억원 정도였는데 이후 2조원대 후반으로 지지부진했다. 2021년 반짝 3조6000억원대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약 3조원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EBITDA는 약 1조6800억원, 단순 연환산할 경우 3조3600억원가량이다. 사실상 정체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운전자본 투자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5850억원 수준이 빠져나갔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3조원 수준에서 움직였다. 문제는 영업현금의 대부분을 CAPEX(유·무형자산 취득)에 썼다는 점이다.
7개 회사들이 CAPEX는 매년 2조원 언저리, 많게는 2조7000억원(2019년)이다. 배당금액을 차감하고 나면 거의 남는 돈이 없을 만큼 빠듯한 운용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작년까지 5개년 중 3개 연도의 잉여현금흐름(FCF, 배당액 제외 기준)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올해 역시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1조원 수준인데 이를 훌쩍 넘는 1조6000억원을 CAPEX로 쓰면서 현금이 바닥났다. 배당으로도 1583억원을 풀었기 때문에 잉여현금 적자 규모가 7300억원까지 확대됐다.
계열사별로 살피면 잉여현금이 부의 흐름을 기록한 회사는 한화와 한화솔루션, 환화에너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4개 회사다. 이 중에서도 지주사격인 한화, 그리고 한화솔루션이 그룹 전반적 현금흐름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지난해부터 2년째 잉여현금이 마이너스 상태에 빠져 있다. 상반기 기준 잉여현금은 각각 마이너스(-)5021억원과 -8993억원을 기록해 7개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적자 폭을 보였다.
한화의 경우 부족한 현금을 차입으로 충당하면서 2021년 말 2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이 올 6월 말엔 4조16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 순차입금도 4조6000억원대에서 약 5조9000억원까지 1조원 이상 늘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나머지 6개 계열사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잉여현금을 창출했다. 2019년 이후 연결 잉여현금이 쭉 플러스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는 연간 1조1600억원, 올해의 경우 6월 말 기준 6000억원 수준의 잉여현금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월 말 EBITDA가 한화솔루션(7959억원)보다 적은 4665억원에 그쳤지만 운전자본을 성공적으로 제어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9000억원을 넘겼다. 7개 계열사의 합산 EBITDA가 1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현금 유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일어난 셈이다. 폴란드와 호주, 이집트 등 대형 방산프로젝트 수주에 따른 수출 확대와 한화 방산부문 인수효과 등이 작용했다.
다만 압도적인 현금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순차입금은 도리여 급증했다. 작년 말 순차입금이 30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올 6월 말 1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5월 중 한화오션 인수대금으로 약 1조5000억원을 지급한 탓이다. 이밖에 미국 합작법인 한화 퓨처프루프(Hanwha Futureproof)에 5억달러 출자를 결정하는 등 자금소요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차입 확대기조를 멈추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