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자회사인 SK매직의 주요 경영진들을 교체했다. 대표이사(CEO)와 재무총책임자(CFO) 등 C레벨급 임원들을 교체한 물갈이 인사다. 두 임원직 모두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도 참여해온 인물들이라 관심도가 높다.
최근 2년간 수익성이 감소한 것에 대한 책임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모회사 '세대 교체'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1980년대생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에 맞춰 자회사 주요 경영진들을 젊은층으로 교체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률 성장세 주춤…C레벨급 교체 SK네트웍스는 지난달 30일 SK매직 주요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직에는 기존 윤요섭 대표이사 대신 SK머티리얼즈에서 BM혁신센터장을 맡았던 김완성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CFO직도 기존 이영길 경영전략본부장 대신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온 정한종 SK네트웍스 글로벌투자센터장(신성장추진본부장 겸직)을 임명했다.
주요 경영진을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표는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오는 2026년 3월까지 남았다. 이영길 본부장 역시 올해 1월 취임한 인물로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였다.
최근 수익성 악화 기조와 연관이 깊다는 평가다. SK매직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가파른 성장세로 가전업계에서 주목받았지만, 윤요섭 대표가 취임한 2021년을 기점으로 주춤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8%에서 2021년 6.6%, 2022년 5.8%로 뒷걸음질 쳤다. 올해 3월 말에는 4.1%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도 이익률은 4.1%로 하락했다. 작년부턴 구독경제를 표방한 '매직 3.0' 체제로 전환하면서 변화를 도모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주력 사업인 렌털 부문과 알짜 사업인 소형 주방 가전 부문 모두 실적 하락세다.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법인은 코웨이 등 시장을 선점한 기업에 밀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형가전 분야에서도 2021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소형 주방 가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면서 점유율이 줄어든 탓이다.
급기야 업계에서는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다. 모회사인 SK네트웍스 주도로 자회사 효율 경영 차원에서 추진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SK매직은 대내외 위상이 축소됐다. SK그룹 순익 기여도가 낮아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됐다. 가전렌탈 시장에서의 순위도 위태롭다. 후발 주자인 LG전자와 순위 2위를 놓고 경쟁 중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임원 교체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한 차원"이라며 "주방가전으로 시작해 생활구독 기업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온 SK매직이 미래 기술 중심의 가전 컴퍼니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핵심 인물을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최성환 의중 반영 최성환 SK네트웍스 대표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요섭 대표이사는 1969년생, 이영길 경영전략본부장은 1971년생이다. 최 사장이 1981년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젊은층 임원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초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에도 최 사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신규 선임 임원들의 나이는 7살씩 어려졌다. 윤요섭 대표 뒤를 이을 김완성 대표는 1974년생이며, 이영길 본부장 후임인 정한종 본부장은 1978년생이다.
두 인물 모두 최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김완성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을 졸업한 뒤 SK(주)에서 마케팅지원본부, 전략기회실, 포트폴리오3실, 사업지원 담당(임원) 등 전략 업무를 담당해왔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는 SK머티리얼즈 BM혁신실 수장으로 근무해왔다.
정한종 본부장은 삼성전자 출신 회계통으로 분류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거쳤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약 15년간 재무·회계 업무 경력을 쌓았다. 사업지원담당에는 손명진 SK네트웍스 회계팀장이 임명됐다.
SK매직 관계자는 "1985년 주방 가전 사업을 시작한 뒤 2016년 SK네트웍스로 편입해 최근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만들어 온 SK매직이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엔진을 찾을 시기"라며 "제품 및 디자인 개발을 강화함은 물론 AI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