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소한 올해 하반기에나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한항공의 자금수혈도 늦어진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활동을 통해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다소간의 시기 지연이 치명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놓고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가 7월5일 최종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집행위원회는 두 항공사의 결합이 유럽 경제지역과 한국 사이 여객 및 화물운송 서비스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심층심사에 돌입한 바 있다.
피인수자인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속이 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63.9% 확보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
그러나 최초 계획상으로는 2021년 6월30일 안에 진행됐어야 할 인수 실무작업이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2년 들어 계속되는 손실 누적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분기 기준 1만%를 돌파했다. 지표 개선을 위해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이 건재한 만큼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앞으로 4~5개월정도를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1년 말부터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이 꾸준히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 감소에 따른 여객사업의 어려움을 화물사업으로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22년 3분기 말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도 2조41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대비 21.5%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을 재무활동과 투자활동에서 상당 부분 잃고 있다. 특히 2022년 3분기의 경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624억원으로 집계된 반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6923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경우는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과제가 부채 부담 경감인 만큼 부채 상환을 위해 현금 투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2년 말 별도기준으로 순차입금을 2021년 말 대비 17.5%(5665억원) 줄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시장성 차입금 상환에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 측 설명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 유입이 지연되는 것에 대응해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의 변동성을 줄이고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능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필수신고국 9곳과 임의신고국 5곳 총 14개 나라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이 중 10개국에서는 기업결합을 승인받았으며 필수신고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임의신고국 영국의 심사만이 남았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대규모 기업 사이의 결합심사에서 2단계 심사는 통상적 절차에 가까운 만큼 2단계 심사에서 경쟁제한 요소의 시정안을 제출해 인수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한 차례 심사 유예를 결정한 뒤 대한항공의 시정안 제출 이후 사실상 승인으로 돌아선 영국의 사례를 참고로 유럽연합 등 나머지 국가 역시 불승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