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배영국 상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돼있던 작년 초 부임했다. 국내외 취항지로 비행기를 띄워 흑자를 내기는커녕 고정비 절감 등 적자 줄이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시기다.
현금유입을 이끌 활발한 영업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배 상무의 주요 임무는 자금 조달이 됐다. ECM과 DCM 시장을 번갈아 노크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왔다. 최근에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연속으로 추진 중이다. 여기다 더해 영구채 발행도 결정했다.
에어부산은 1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100억원 규모의 사모 영구전환사채(CB) 발행안을 처리했다. 이 자리에는 이사진(7명) 중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인 송광행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이 참석했다. 배 상무 역시 사내이사로서 자리했다. 안건은 출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번 CB는 표면이율이 연 5.9%, 만기이자율은 연 6.7%다. 만기가 2052년(30년)인 영구채다. 이전까지 발행한 영구CB의 표면이자율이 모두 7.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지 않은 편이다.
대신 스텝업 조항이 달려있다. 발행일로부터 2년(2024년 7월19일)이 지나면 '3.0%+조정금리'가 추가로 붙는다. 이때부턴 이자율이 10%에 육박하거나 넘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조기상환권(풋옵션)도 함께 포함돼 이자 부담이 불어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영구CB 발행으로 마련하는 100억원은 채무상환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에어부산은 유상증자도 진행하고 있다. 국제선 여객 수요 증가가 더딘 상황에서 운영자금 확보 차원이다. 보통주 5200만주를 발행해 1612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은 일찌감치 참여를 결정했다. 현재는 발행가를 정하고 있는 단계로 오는 9월 청약, 10월 신주 상장이 이뤄진다.
이날 이사회에선 안병석 대표가 대표주관사 선정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결정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이 함께한다. 주관사 총액인수 방식으로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자금 유입이 이뤄진다.
에어부산은 유증 이후 재무지표가 대폭 개선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효과 극대화를 위해 유증 전 3대1 무상감자도 진행한다. 감자안은 최근 임시주총을 통과해 조만간 자본잠식 해소를 이끌 전망이다.
이처럼 배 상무는 에어부산의 CFO로서 자금조달과 재무지표 개선 등을 이끌고 있다. 작년 1월 선임 이래 영구CB 발행이 세번, 유증이 두번이다. 1년 반동안 바쁘게 자본시장을 드나들었다는 의미다.
작년 3월과 6월 각각 300억원 규모의 영구CB를 발행했고 10월(신주 발행 기준)엔 22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현금줄이 말라붙었던 만큼 목적은 항상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확보였다.
특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늘 자본확충이 가능한 방식을 택했다. 유상증자는 물론이고 영구채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를 낸다.
배 상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아시아나항공에서 회계팀 팀장을 맡으며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이후 중국 장춘 지점장, 다롄 지점장을 잇달아 역임하며 2년간 해외 근무를 했다. 2020년 한국 복귀 후 아시아나항공에서 자회사관리 TF팀을 이끌었다. 2021년 상무 승진과 동시에 에어부산 CFO에 부임했다.
당시 에어부산이 경영 투명성 개선의 일환으로 CEO, CFO 등 주요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며 자리에 앉게 됐다. 안병석 대표와 함께 에어부산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대한한공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어부산 포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도기를 책임지는 인물로도 볼 수 있다.